지난해 영업적자 1조원을 기록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달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 등급을 받았다. 배점 45점이 부여된 개별 사업부분에선 전체 3위 수준의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공통평가 항목인 경영관리 각 항목별로 최하위 점수가 수두룩했다. 이 여파로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자진 사퇴했다. 코레일은 호봉제에 따라 매년 1.9%의 임금이 자동인상되는데 평가 등급이 낮아 인상률이 1%가 채 되지 않을 전망된다. 사실상 연봉삭감을 당한 것과 다름없다.
경영평가단은 1조원대 적자의 불가피성을 감안, 재무적 평가에서 일부 보정을 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영관리 항목엔 이밖에도 자본생산성, 노동생산성 등 실적과 연계된 다른 항목도 많아 보정 효과가 제한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창가쪽 승객만 받으면서 방역에 만전을 기했음에도 막대한 적자는 경영평가 점수를 끌어 내렸다. 코레일은 10년째 운임도 동결된 상태다. 여기에다 윤리경영 항목에서도 거의 '0'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는데 내부에선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며 깜깜이 경영평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정부 관계자는 "돈이 안되지만 정말 필요한 정책사업을 하려해도 해당 공공기관이 '돈 안된다. 그런 사업하면 경영평가 점수 깎인다'며 대놓고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와 반대로 흑자를 내는 공공기관은 여윳돈으로 경영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외부 컨설팅까지 받는다. 이번에 일부 공공기관은 항공사나 입점업체 임대료와 사용료를 낮춰 코로나19 가점을 받았는데 이를 두고 다른 기관에선 "땅 짚고 헤엄친 격"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공공기관 소속 정부 부처가 직접 하던 경영평가가 기재부 권한으로 넘어간 뒤 공공기관들의 기재부 '눈치보기'가 극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편일률적인 기관 평가로 인한 부작용도 작지 않다는 불만이 정부부처에서 터져 나왔다. 실제로 기재부는 131개 공공기관 직원의 성과급을 좌우하는 막강한 경영평가 권한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비상임 이사의 인사권까지 갖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예산권 행사도 가능한 만큼 공공기관들이 소속 부처보다 기재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산하 공공기관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해당 부처가 상세히 알고 있지만 기재부는 131개 기관을 모두 파악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획일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어 공정한 평가를 위해 차라리 예전처럼 소속 부처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과'에 불과했던 기재부 해당 조직이 '공공정책국'으로 대폭 확대되는 등 기재부 권한만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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