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새로운 글로벌 진출 시도들을 기대하며

머니투데이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 2021.07.15 04:20
이정규 대표
몇 년간 우리 바이오텍 업계에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은 임상3상 과제들이 당초 기대와 다르게 약효가 미흡하거나 임상과정에서 문제들이 생겨 당초 허가일정을 달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매해 몇 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된 신약 후보물질들의 권리가 반환되는 경험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 제2기로 출범한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은 적극적으로 라이선싱아웃 모델을 넘어서는 '독자적 허가모델'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새로운 신약 사업화 모델 중 하나로 제시하며 후기 임상과제들에 대한 지원 의지를 표시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글로벌 개발 및 허가 경험들이 우리 산업계에 꾸준히 쌓이고 있다. 또한 한미약품을 필두로 독자적으로 혹은 파트너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허가받은 제품이 생기면서 이제 차별화한 제품으로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가 됐다.

라이선싱아웃(기술수출)이 혁신 신약 개발의 1차 목표라는 '황금률'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독자 사업화'도 사업화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913년 설립된 스웨덴 아스트라AB(Astra AB)가 출발점이다. 1999년 제네카(영국)와 합병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규모를 갖추기 전까지 스웨덴의 작은 제약기업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제약회사로 성장하기까지는 '로섹'이라는 위궤양 치료제가 큰 발판이 됐다.

1982년부터 아스트라는 자사 제품을 머크를 통해 미국에 판매했다. 하지만 그 협력계약에서 아스트라 제품들이 일정금액 이상 매출을 달성하면 아스트라머크인코포레이티드(Astra Merck Incorporated·AMI)라는 50대50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돼 있었고 드디어 1994년 AMI가 설립됐다. 당시 5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아스트라는 머크에 8억2000만달러를 지급한다. 최종적으로 1998년 AMI는 아스트라USA(Astra USA)와 합쳐지면서 완전한 자회사가 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머크가 판매하는 아스트라 제품들의 매출성장을 주도한 제품은 로섹이다. 결국 차별화한 블록버스터 제품 로섹이 아스트라의 글로벌 계획을 완성해준 것이다.

이러한 창의적 계약을 통해 아스트라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글로벌 제약회사가 되는 발판을 마련하면서 제네카와 합병을 1999년 완료한다. 오늘날 글로벌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출현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단순한 라이선싱아웃 모델을 뛰어넘어 다양한 글로벌 성장모델을 검토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글로벌 성장을 추구할 때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충실한 그리고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이다.

첫째, 차별화한 신약 그리고 미충족 의료수요를 잘 충족함으로써 좋은 약가를 받을 수 있는 신약이 필요하다.

둘째,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가진 탄탄한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하나의 신약이 허가받기 위해서는 확률적으로 3, 4개 신약후보가 임상1·2상에 있어야 한다.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

셋째,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게 빠른 속도로 임상개발을 해야 한다. 유사한 약물이 출시되는 데 3~4년 걸리던 2000년대 초반이 아니다. 이제는 유사한 제품이 길어야 1년, 짧으면 몇 개월 간격으로 허가를 받는다. 느린 판단, 느린 실행은 '조금 느린 것'이 아니고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임상개발팀이 필수다.

이제 국내업계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한 한국 기반의 글로벌 제약회사 혹은 바이오텍으로 성장하는 미래를 꿈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 됐다. 이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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