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려 귀국했는데 '전산오류'…기다렸더니 '물량부족'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유승목 기자 | 2021.07.13 16:29
1954년생인 이모씨(67)는 지난 12일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 예약을 시도했지만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알림이 뜨며 예약을 할 수 없었다. 질병관리청 문의 결과 이씨는 대상자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씨 제공.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 예약 대상자임에도 방역 당국의 착오로 예약이 거부돼 결국 백신을 구하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은 '전산오류'가 발생해 예약이 불가했다며 재확인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머니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해외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모씨(67)는 지난 12일 시작된 모더나 백신 예약을 위해 최근 귀국했다. 사업체가 자리잡은 국가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었지만 방역 당국에서 해당 국가의 백신 접종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에 선택지가 없었다.

당초 이씨는 지난 5월 60~74세를 대상으로 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해외 체류 문제도 걸려있는 가운데 귀국해 자가격리해도 백신 접종일에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주 질병청이 60~74세 예약취소자 접종계획을 발표하자 이씨 본인이 대상자가 맞는지 재차 질병청에 문의했다. 백신접종을 해도 괜찮다는 확답을 받자 실패를 교훈 삼아 자가격리 기간까지 계산해 먼저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2개월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백신 접종 기대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예약대기자만 80만명이 몰린 전날 새벽 수시간을 기다려 대기줄을 뚫었지만 '해당기간 내에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잠을 청한 뒤 아침에 거주지 인근 서울 서초보건소에 문의했다. 보건소는 "건강 상의 문제로 의사 소견을 받아 접종을 취소한 경우에만 이번 예약이 가능하다"며 "접종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질병청이 언론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비롯해 이씨가 귀국 전 미리 문의한 내용과는 상이한 지침이었다.

다시 한 번 질병청에 자초지종을 묻자 보건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 콜센터 직원은 "(보건소 지침은) 금시초문"이라며 "건강 상 이유를 비롯해 예약연기·변경방법 미숙지 등의 이유로 예약 취소·연기 처리된 미접종자도 대상이기에 이씨도 대상자"라고 밝혔다.


이어 "6월에 취소한 접종예약자는 콜센터에서 예약이 가능한데 전산 오류로 5월 취소자는 진행이 안된다"며 "현재로선 도와드릴 수 없고, 하루 이틀 더 시도해보고 안되면 다시 전화를 달라"고 설명했다. 해당 직원은 이씨처럼 대상자가 아니라는 문의가 빗발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백신 부족으로 전날 오후 예약을 조기에 중단하면서 하루 이틀도 기다릴 수 없게됐다. 이씨는 "전화 통화가 끝나니까 물량 부족으로 예약이 마감됐다는 뉴스 속보가 떠서 허탈했다"며 "해외서 어렵게 들어왔는데 결국 맞을 수 없게 돼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건소에서 질병청 접종대상자 지침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5월 취소자만 전산문제로 예약이 불가하다는 것도 이해불가"라면서 "콜센터에도 9시간 동안 200번 전화해서 겨우 통화됐는데 백신 예약에 대한 대응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보건소 측은 백신 접종 대상자 누락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초보건소 관계자는 "질병청에서 접종대상자를 직접 선정하는 구조라 보건소에서 예약 관련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그래도 대상자 명단 누락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서울시청과 질병청 등에 정확한 대상자 선정 기준 관련 문의를 해놓은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순히 서초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25개구를 비롯해 전국적인 문제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이와 관련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예약취소자 중)명단이 제대로 옮겨가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재확인해서 추가접종 예약시 추가로 예약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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