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뚝심이 또…'4세대 D램' EUV 시대 연 SK하이닉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1.07.13 08:00

SK하이닉스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한 '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2번째다. D램 양산에 EUV를 활용한 것도 삼성전자에 이어 전세계에서 2번째다. 차세대 D램 시장을 둘러싼 3강의 기술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 빠르면 9월말 출시


SK하이닉스가 이달 초 EUV 공정을 활용해 양산을 시작한 제품은 10나노급(1나노미터는10억 분의 1m) 4세대(1a) 8Gb(기가비트) LPDDR4(저전력) 모바일 D램이다. LPDDR4는 주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저전력 D램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EUV 공정의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1a D램 모든 제품을 EUV를 활용해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성능 반도체 공정에 3개월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제품은 이르면 9월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M16 생산라인.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 7000㎡(1만7000여평)의 건축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뉴스1
10나노급 4세대 D램은 14~15나노 수준의 최신제품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경쟁과열을 막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10나노 후반 제품은 1x(1세대), 그 다음은 1y(2세대), 그 다음은 1z(3세대)로 부르고 이후 제품은 1a, 1b, 1c로 부른다.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제품인 1z 제품은 16나노 수준의 제품을 의미한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좁을수록 성능이나 전력 효율성이 높아지고 웨이퍼 1장에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수도 늘어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a D램 신제품은 LPDDR4 모바일 D램 규격의 최고 속도(4266Mbps)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이전 세대인 1z의 같은 규격 제품보다 전력을 20%가량 덜 쓴다.

조영만 SK하이닉스 1a D램 TF장(부사장)은 "웨이퍼 1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도 약 25% 늘어나 생산성과 원가경쟁력 차원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속도 안정적 구현·전력 절감, 생산성도 25%↑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신제품 양산을 두고 깜짝 놀라는 것은 두가지 대목에서다. 우선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10나노급 1a D램을 양산하면서 반도체 기술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10나노급 1a D램은 지난 1월 업계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양산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경쟁업체를 긴장시킨 제품이다. 최근까지도 마이크론의 1a D램 양산을 두고 '기술 뻥튀기'라는 의심이 이어질 정도로 반도체업계에서는 1나노를 줄이는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1a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지만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수율(생산품에서 제 성능을 내는 합격품의 비율)을 확보, 양산에 성공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삼성전자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던 두 업체가 1a D램을 먼저 양산한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피터 버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최고기술책임자).

SK하이닉스의 1a D램 양산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또다른 지점은 EUV 공정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의 1a D램은 EUV가 아닌 불화아르곤(ArF) 공정으로 생산된다. 업계에서는 10나노 초반대의 차세대 D램을 위해서는 EUV 공정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때 EUV 공정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던 마이크론이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ASML에 EUV 장비를 주문했다고 밝힌 이유다.

EUV를 활용해 메모리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것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10나노급 1세대 D램을 양산한 데 이어 SK하이닉스가 전세계에서 2번째다. 10나노급 4세대 D램을 EUV를 활용해 양산한 경우로 범위를 좁히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다.

업계 또다른 인사는 "이미 EUV 공정이 도입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이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도 EUV를 도입하려면 별도의 공정과 수율 노하우가 확보돼야 한다"며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4세대 D램을 양산한다는 것은 현재 기술력뿐 아니라 향후 기술 가능성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1a D램 기술력 인정받아…반도체 3강 경쟁 가열"


이번 성과는 SK하이닉스가 EUV 공정 도입을 공식화한 이래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이 2015년 반도체산업 리더십 확보를 위해 46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SK하이닉스는 청주캠퍼스 M15(2018년)와 이천캠퍼스 M16(2021년)을 연이어 건설했다.

최 회장은 올 2월 M16 준공식에서 "반도체경기가 하락세를 그리던 시기에 M16을 짓는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제 반도체 업사이클 얘기가 나온다"며 "어려운 시기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2월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하게 될 M16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 7000㎡(1만7000여평)의 건축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시장에서는 연초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SK하이닉스까지 굵직한 성과를 내놓으면서 반도체업계의 최첨단 기술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까지 EUV 공정 참전을 선언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EUV 노광장비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필수 장비로 꼽힌다. ASML이 전 세계 시장에 독점 공급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50대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을 비롯해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치열한 확보 쟁탈전을 벌이는 중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2, 3위에 밀리는 모양새가 된 삼성전자는 지난 1월말 실적 발표 당시 밝힌 계획대로 올해 안에 EUV 공정을 적용한 4세대 D램 제품을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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