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식당 '집단휴업'…"수협, '착한 임대료' 없었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21.07.13 00:10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차림 식당들이 집단 휴점했다. /사진=정한결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신수산시장 내 상차림 식당들이 집단 휴점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수협중앙회 측이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자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다.

지난 12일 1노량진수산시장 내 23개의 상차림 업체 중 불이 켜진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식당이 즐비한 2층 복도는 불이 꺼진 식당 앞에서 어두웠고, 수산시장 직원들 외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산물 거래가 이뤄지는 1층부터 한산했다. 곳곳에는 여름철을 맞아 휴가팻말을 걸고 수조를 비운 업체들도 보였다. 1층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A씨는 "본래 휴가철이기도 하고 코로나19라 장사도 안돼 많이 쉬러갔다"며 "퇴근 후 단체로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집합인원이 4명에서 2명으로 줄면 직격"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전 4시30분에 출근해서 지금까지 하나도 못팔았다"며 "우리가 팔아야 윗층 식당들도 먹고 사는데 임대료도 우리보다 비싼 거기는 오죽하겠나"고 말했다.

상차림 식당 업주들은 전날 모두 함께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이하 수협)에 휴점을 통보했다. 수협 측에 알린 휴점 기간은 '코로나 종식 전'까지로, 사실상 무기한 휴점이다. 수협 측이 시장 내 직원 등을 위한 식당만이라도 열어달라고 요청해 하루 두 곳, 총 4개 업체가 일주일 간 교대로 연다.

업주들은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단체 휴업에 나섰다고 말한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협의 임대료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노량진수산시장에 남겨진 빈 수조./사진=정한결 기자.
상차림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우리 식당은 직원들 7명 정도 쓴다"며 "4단계 거리두기 여파로 한 번에 2명만 오게되면 인건비도 감당이 안돼 식당을 여는 것이 손해"라고 휴업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매출이 50% 정도 주는 등 너무 힘든데 수협 측은 임대료 인하 요청에도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한번을 깎아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B씨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가락동 수산시장은 임대료가 50% 낮춰졌지만 노량진의 경우 동결만 됐다"며 "정말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는 '착한 임대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코로나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소상공인·영세업자가 힘겨워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인하하면 인하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량진 수산시장에 '착한 임대료'는 없었다.

수협은 이와 관련 그동안 사실상 임대료 인하가 불필요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수협 관계자는 "수산시장 특성상 성수기인 겨울에 벌어 비수기인 여름까지 한 해를 버틴다"며 "지난 연말에는 코로나였지만 식당들이 예약이 힘들 정도로 잘됐다"고 했다.

대신 수협 측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업주들에게 동결·유예를 해줬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 요청에 대해 임대료를 수개월 간 유예해주는 조치를 지난해 3월부터 총 5차례 취했다"며 "3월에 낼 임대료를 같은해 12월까지 유예해준 적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임대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4단계로 격상되고 나서부터 2인까지만 식당에 오면 타격이 심하겠다고 판단해 임대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업체들에게는 오는 19일까지 판단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19일 내로 관련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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