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오면 청와대엔 '이력서'가 쌓인다[우보세]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21.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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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을 모시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 전 청와대 출신 OOO'

지난해 4·15총선에 출마한 일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 근무 이력을 비롯해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플래카드와 각종 홍보 자료에 넣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이 이들의 훌륭한 선거 전략이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훌쩍 넘을때다.

당시 총선에 나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수석, 비서관, 행정관 모두 포함)은 모두 30명. 이 가운데 19명(63%)이 당선됐다. 뒤늦게 금배지를 단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대변인)까지 합하면 20명이다. 국회에서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청와대가 '선거캠프' 같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자신의 청와대 근무 이력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땐 효과가 더욱 컸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기관에서 국정 운영 경험을 쌓았다는 것을 어필하며 유권자들의 표를 얻었다.

내년 지방선거(2022년 6월1일)가 1년도 남지 않은 요즘 정치권 안팎에선 이같은 '청와대 출신'의 이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에서 오는 8월 행정관급 이상 인사가 크게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다. 청와대 직원 중 내년 지방선거 출마 등 일신상의 사유로 자리를 떠나는 사람이 있는데다, 새롭게 청와대 근무 이력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거 들어올 것이란 얘기가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에서 6개월 이상 근무했을때만 선거 이력으로 인정한다. 공직자들은 선거 3개월전에 자리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올해 8~9월부터 내년 2월까지 근무해야 이 기준을 충족한다. 정권말인데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롯해 청와대 내부 인사권을 쥔 고위 관계자들 앞에 '이력서'가 쌓이고 있다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들리는 건 우연이 아닐거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안팎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 출신들의 선거 출마를 탓할 순 없다. 국정 운영 경험을 쌓고, 훌륭한 정치인이 된다면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또 청와대에 가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싶은 인재들을 막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청와대에 발만 걸치고, 자신의 선거 이력으로만 삼으려고 하는 잘못된 정치 행태다. 마음이 콩밭에 있는 사람에게서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기대할 순 없다. 열심히 나랏일에 매진하는 성실한 직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지난 4년여 간 이력쌓기용으로 청와대를 잠시 거쳐간 후 각종 선거에 출마한 인사들이 얼마나 많았나. 정확히 6개월만 일한 후 뒤도 안돌아보고 나간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했을까.

지금은 코로나19(COVID-19) '4차 대유행' 등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다. 이런 비상 시국엔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실에 유능한 인재들이 필요하다. 내년 5월9일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때까지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할 공직자가 넘쳐야한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청와대가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캠프가 됐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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