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70조 쿠팡도 공모가 정정 요구를 받았을까?

머니투데이 박재범 증권부장 | 2021.07.13 04:25
# 금융당국은 다정다감하다. 금융회사엔 저승사자지만 금융 소비자에겐 따뜻한 엄마다. 뜨거운 공모시장에서 자칫 소외될까 '균등 배정' 제도까지 만든다.

항상 돈 버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금융당국도 알지만 위험 요인을 제거하면 되니까. 투자 손실도 100% 물어주라고 압박하는 금융당국에게 어려운 일은 없다. '투자는 자기 책임'이란 원칙보다 '투자자 보호'를 내건 온정주의가 먼저다.

공모가에 개입한다. 공모가가 높아 상장 후 가격이 하락하면 공모주 투자자가 손실을 볼까봐 그냥 둘 수 없다는, 애틋한 마음에서 나온 배려다. '가격 개입'에 대한 두려움이나 무안함은 없다. 워낙 당당해서 시장은 그 개입을 당연한 권리 행사로 받아들인다.

# 이번주 수요예측에 나서는 크래프톤의 예를 보자. 지난달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던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의 정정신청 요구를 받은 뒤 보름만에 신고서를 다시 제출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혹은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정리하면 "거짓말했거나 당연히 들어갈 내용을 빼먹었거나 써놓은 내용이 이해할 수 없을 때" 고치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크래프톤의 1차 증권신고서가 그랬을까. 금감원이 크래프톤에 정정을 요구한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수정된 답안지를 보면 요구 사항이 무엇이었는지 뻔히 알 수 있다. 크래프톤은 공모 희망밴드를 45만8000원~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조정했다. 비교 그룹을 변경한 결과다.

1차 신고서에 담긴 비교 그룹은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넷이즈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레트로닉아츠 △테이크투인터랙티브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이다. 여기서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만 남겼다.

# 금감원은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는 정정이 무슨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증권신고서를 증권 '심사 '보고서로 간주한다. 신고서 제출은 '공시'가 아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전 절차로 치부된다. 그렇게 공시주의 원칙은 사장된다.

법상 허용한 '형식' 검토를 넘어 '실질'에 개입한다. 증권신고서 요건에 '적정 가격'이 없는데도 모두 알아서 긴다. 금감원에 맞설 이는 누구도 없다. 크래프톤의 수정 답안지는 그 결과다.


금감원은 '고평가 논란' '거품 논란' 뒤에 숨어 가격 개입을 당연시한다. 상장 심사 절차, 주관사 등의 가치 추정 등 이전의 과정은 무시된다.
가격은 추정된 가치를 토대로 공모가 밴드 형태로 나타난다. 밴드 폭은 꽤 넓다. 크래프톤만 해도 상단과 하단 차이가 10만원이다. 이어 수요예측을 거친다. 시장의 수요 공급이 모여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크래프톤 가치산정의 기준이 된 디즈니가 과하다 싶으면 밴드 하단으로 몰릴거다. 그보다 더 심하면 청약 미달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가치, 가격은 시장이 받아 들이냐에 달려있다. 비싸면 안 산다. 청약 미달의 책임은 온전히 회사와 주관사 몫이다. 주관사는 청약 미달이 나오면 물량을 떠안기 때문에 가격에 가장 민감하다.

# 의문이 생긴다. 심사와 논쟁을 거쳐 균형을 이룬 가격을 보름만에 바꿀 만큼 금감원은 전지전능할까. 금감원은 공모가에 정답이 있다고 믿는걸까.

낮은 가치를 담은 증권신고서를 받아든 금감원이 가격을 높이라는 정정 요구도 할까. 게다가 거짓말을 안했고 빠진 내용도 없는데도 고치라고 할 법적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시장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논란이 가격 개입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가격 개입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변명, 해명, 설명이 안된다.

기업가치 수십조원인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이 대기중이다. 이미 몸을 낮춘 이들도 눈에 보인다. 시장은 그렇게 왜곡된다. 수요와 공급이 아닌 권한도 없는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말이다. "쿠팡이 70조원 가치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면 금감원이 정정 신고를 요구했겠지?" 모두 끄덕인다. 코스피 시장을 왜 택했을까 후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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