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밝혀라"유언…'조문정치'로 명분·입지 다진 최재형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21.07.10 10:34

[the300]"人和로 뭉쳐라… 대한민국 해군만세"…부친 영면 전 남긴 육필 유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남긴 유언장. /사진=유족 측 제공
"大韓民國(대한민국)을 밝혀라!"

6·25 영웅인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은 8일 작고하기 전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이같은 육필 메시지를 남겼다. 생사를 헤매는 중에도 정치 입문을 앞둔 둘째 아들에게 직접 자필로 응원과 당부의 말을 전한 것이다.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최 대령의 육필 유언장에 따르면 최 대령은 "大韓民國을 밝혀라! 在臣(재신·큰아들 이름)의 指導(지도) 下(하)에 人和(인화·화합)로 뭉쳐라! 祈幸福(기행복·행복을 기원한다)'이라고 썼다.

이어 날짜와 자신의 이름 '崔英燮(최영섭)'을 썼다. 유서 맨 마지막 줄에는 '大韓民國 海軍萬歲(대한민국 해군만세)'라고 적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해군에 대한 응원을 잊지 않았다.

고인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한해협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대한해협해전은 전쟁 초기 분수령이 된 전투(역사학자 노먼 존스 '6.25비사')였다. 대한해협해전은 6·25전쟁이 터진 직후인 26일 새벽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이 무장병력 600여명을 싣고 부산으로 침투하던 북한 1000톤급 무장수송선을 격침시킨 해전이다. 만약 이 전투에서 북한군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부산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었다. 후방 교란을 위한 게릴라 부대를 일찌감치 격퇴한 덕에 연합군 최후의 보루로서 지원 병력과 물자 조달의 핵심 관문이었던 부산항을 지킬 수 있었다. 고인은 백두산함의 갑판 사관이었다.

최 전 원장은 고인이 별세한 지난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글씨로 남겨주신 말씀은 '대한민국을 밝혀라'였다"며 "육성으로는 저에게 '소신껏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부친의 유언을 전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발인식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1.7.10/뉴스1
이날 최 전 원장은 기자들에게 유언장의 비화를 전했다. 그는 "몹시 아프기 바로 전날 밤, 아버지가 간병인에게 종이를 달라고 해서 쓴 것"이라며 "위독하다고 해서 지방에서 올라왔을 때 아버님이 산소호흡기를 끼고 계셨고 그때 (유언장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2017년 12월 감사원장에 임명되기 하루 전날 부친이 써준 '단기출진(單騎出陣), 불면고전(不免苦戰), 천우신조(天佑神助), 탕정구국(蕩定救國)'이라는 글귀도 언급했다.

최 전 원장은 "당시엔 감사원장을 잘하라는 의미였는데 지금에 와선 제 처지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며 "(정치 참여가)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인데 그게 또 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발인식에서 운구행렬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2021.7.10/뉴스1



父 유언, 정치참여 명분 강화… '조문 정치' 통해 입지 부상…국민의힘 입당엔 시간 걸릴 듯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를 조문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7.8/뉴스1
최 전 원장은 장례 기간 중 부친께서 정치참여 선언을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치 참여를 응원하고 떠났다는 뜻으로 읽혔다.

최 전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선친의 유언을 받들어 정치인으로서의 각오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소신껏 대한민국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그의 여러 면모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분위기가 풍겼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일 만에 공식석상에 선 최 전 원장은 침통한 표정 속에서도 아침부터 몰려온 취재진을 향해 가벼운 목례를 잊지 않았다. 오후엔 한 차례 더 인사를 하러 나왔다.


그는 "너무 고생이 많으시고, 와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수차례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 등 정치 관련 질문엔 "오늘은 저희 아버님을 기억하고 기리는 자리다. 양해 부탁드린다"면서도 "앞으로 제가 나갈 길들에 대해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 측은 취재진의 식사를 걱정하는가 하면 떡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1.7.8/뉴스1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이 부친상을 계기로 정치적 입지가 단번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잠룡들을 포함, 당 지도부, 주요 인사 등 거의 모든 야권인사들이 총집결, 빈소에 조문을 오면서 정치권과의 상견례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어서다. 상황상 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긴 어렵겠지만 이른바 '조문 정치'로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야권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의 정치권 입문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재형 전 원장 입장에선 정치의 매개체를 만들게 된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수많은 유력 정계 인사들의 조문을 맞을 텐데, 명복을 빈다고 말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여러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조문 기간이 지나면 최재형 전 원장의 입지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했지만 대권 도전 선언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조기 입당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 또한 시간은 필요할 전망이다. 권 위원장은 이날 조문 후 "최재형 원장님의 경우 (윤석열 전 총장보다) 일찍 입당하지 않겠나 기대가 있는데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 출마엔 조직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할 것들이 많을 것"이라며 "탈상 후 구체적인 구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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