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가족경영 논란 많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도 문제 있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1.07.10 00:3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대기업 가족경영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또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카카오의 소셜 오디오 플랫폼 '음'(mm)에서 열린 '오디오 라이브 토크쇼'에서 가족경영과 전문경영진 체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밝혔다. 이날 토크쇼는 저녁 9시부터 2시간 가까이에 걸쳐 '우리가 바라는 기업'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총수 일가 3세 경영인으로 언급하기에 껄끄러울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의식한 듯 "가족경영과 전문경영인 사이에 뭐가 더 좋으냐에 대해 여러 지적이 있고 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사실 우리 기업은 아직 역사가 짧은데 이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불거진 문제"라며 "미국도 창업주에서 2, 3세로 내려갈 때 이런 문제가 줄곧 불거졌고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상당부문 전문경영인 형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가족경영을 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가족경영의 형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된 기업들이 있는데 오히려 한국을 부러워한다"며 반도체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최 회장은 "도시바가 문제가 생겨서 매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까지 관여했지만 일본 기업 중 어느 곳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며 "반도체 경영이라는 것이 그만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사업인데 일본의 전문경영인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래서 외국기업에 팔 수밖에 없었는데 운좋게 SK하이닉스가 글로벌 파이낸셜 투자자와 손을 잡고 투자할 수 있었다"며 "일본에는 그런 경영인이 없다보니 한국을 부러워한다"고 밝혔다.

2018년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투자는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린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미국 베인캐피탈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에 참여했다. 최 회장은 협상 과정에서 직접 일본을 찾아 논의를 주도했다.

최 회장은 "한국에선 이런 식의 가족경영, 투명성 부족에 대해 질책도 받는데 가족경영의 폐해처럼 보이는 부분이 많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시바나 미쓰비시를 보면 전문경영인 체제도 상당히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기업도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것이 체제의 문제인지, 다른쪽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는 "과거 단순히 제품을 생산해 불특정 다수에서 팔아 수익을 내면 됐지만 기술 혁신이 일어난 최근에는 기업가 정신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소비자들이 누가 제품을 만들어 파는지 알고 있고 제품의 가격, 성능만 가지고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채울 수 없다"며 "기업이 환경을 더 생각는지, 일자리를 더 만드는지, 지배구조가 제대로 돼있는지가 소비의 대상이 되면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기업가 정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내 일부 대기업들이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질문에 대해 "과거에는 환경 문제를 외부 문제로 보고 비용에 반영을 안 했다"며 "강요할 수 없는 문제지만 환경 문제가 기업 내부 문제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EU(유럽연합)의 경우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탄소세가 톤당 70달러라면 한국 기업들은 15달러인데 한국 기업들도 곧 70달러를 내는 시대가 온다"며 "선제적으로 환경 문제에 적극 나서는 기업도 있고 기다리는 기업도 있는데 이제 환경문제가 비용이 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내부 문제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CEO(최고경영자)와 직원 모두의 기업가정신이 일치되게 발휘되면 위력이 엄청날 것"이라며 "과거에는 리더가 기업을 움직인다고 했지만 요즘은 ESG를 두고 기업 구성원 전체가 같은 목표와 사회·경제적 가치에 접근한다면 새로운 종류의 기업가정신이 되지 않겠냐"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날 토크쇼 동시 접속자가 500여명에 달했고 1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과 함께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은 이우현 OCI 부회장과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김경헌 HGI 이사, 이나리 플래너리 대표, 이정아 구글코리아 부장, 이진우 경제평론가,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300여명이 참여해 참석자들에게 질문하고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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