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쥐 출산시킨 中 연구진…중국서도 "왜 이러나" 뭇매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 2021.07.09 19:00
중국 상하이 해군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6월 의학 논문 사이트 바이어알카이브에 거세된 수컷과 암컷 쥐를 개체결합하고, 수컷에게 자궁을 이식 한 뒤 배아를 이식해 수컷 쥐가 새끼 쥐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개요도. /자료=Rongjia Zhang, Yuhuan Liu, 'A rat model of pregnancy in the male parabiont' 논문

거세된 수컷 쥐에게 자궁을 이식해 새끼 쥐를 출산시킨 중국 연구자들이 자국 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9일(현지시각) "수컷 쥐를 임신시킨 연구가 중국의 생명윤리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 해군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6월 의학논문 사이트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 수컷 쥐가 새끼 쥐를 임신하고, 출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제출했다.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 쥐 한 쌍의 팔꿈치, 무릎, 피부를 물리적으로 이어 붙인 뒤 수컷에게 다른 암컷의 자궁을 이식했다. 팔꿈치 등을 이어 붙인 것은 수컷과 암컷이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호르몬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총 46쌍의 쥐들에게 배아를 이식했고, 배아는 21.5일 동안 자궁에서 성장한 뒤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출산했다. 수컷 자궁에서는 27개 배아만 정상적으로 발달했으며, 수술 결과 10마리만 살아남았다.

연구진은 논문 발표 후 동료평가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개인적 관심과 호기심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실험에 사용되는 쥐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중국의 일부 연구자들은 수컷 쥐 출산 실험이 중국 과학계 전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규탄했다.

생명윤리학자이자 중국 과학계 원로인 중국사회과학원 추 렌종 교수는 네이처에 "이 실험은 사회적 가치가 없고, 납세자들에게 뺏은 돈만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켄트대 사회학과 조이 장 부교수는 역시 "이번 연구는 중국 과학에 대한 오염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며 "기이한 연구목표로 대중의 관심을 빠르게 얻는 'PR(홍보) 과학' 문화가 과학을 책임감 있고 진지한 학문적 노력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사업처럼 바꿔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 시드니대에서 은퇴한 생물학자 크리스 오닐은 "이번 실험은 사실상 암컷의 생체외 임신 모델로 볼 수 있다"이라며 "적어도 거세된 수컷이 태아를 낳는데 근본적인 저항은 없다는 관찰 결과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호주 모나시 대학의 생명윤리학자인 캐서린 밀스는 "침습적이고 외과적인 개입이 사람에게 적용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간을 상대로 어떤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동물 모델도 아니고 동물 실험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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