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론 부른 게임 셧다운제...10년 만에 '셧다운'되나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 2021.07.10 11:00

[인싸IT] Insight + Insider

청와대는 지난해 어린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샌드박스형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어린이 초청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캡처
"청소년이 주로 사용하는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성인용이 되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돼 버렸다. 혁신의 시대에 여성가족부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있는 셈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e)스포츠를 학교 스포츠로 인정해 선수들이 학교에 다니며 e스포츠를 하고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넓혀주면 어떨까요? 특히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를 정부가 검토했으면 합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청소년의 심야게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이하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초등생 인기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한국에서만 성인용으로 전환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셧다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폐지론까지 이어지자 부랴부랴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12시 땡' 셧다운제 뭐길래?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심야시간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합헌이라고 선고했다. /사진=뉴스1
강제적 셧다운제란 청소년보호법 제26조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지난 2004년 게임이 청소년 수면권을 침해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2005년 김재경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시작으로 입법 논의가 시작돼 2011년 11월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란 이름의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게임업계에선 게임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건 전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산업진흥법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여가부의 청소년보호법(셧다운제)까지 더해져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시행 초기 국내 게임사를 중심으로 규제가 적용되면서 해외와 국내 사업자 간 역차별 논란도 있다.

일각에선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기본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4년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셧다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10년 만에 '갑툭튀'…갑자기 왜?


/사진=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캡처
이번 논란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마인크래프트는 전세계 1억2600만명이 이용하는 샌드박스형 게임(놀이터처럼 이용자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으로, 국내에선 교육용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지난해 청와대가 어린이날 행사를 마인크래프트에서 열 정도로 국내 초등생 사이에서도 유명한 게임이다.

문제는 MS가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 계정을 '엑스박스(Xbox) 라이브' 계정으로 통합하면서 기존 계정에 가입된 19세 미만 청소년이 새로운 계정을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MS는 "한국에서 PC게임인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이용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공지했다.

앞서 MS는 2011년 국내에서 셧다운제가 시행되자 이듬해 엑스박스 라이브의 청소년 가입을 제한했다. 특정 시간대 특정 연령대의 게임접속을 차단하라는 국내 요구사항을 전 세계 공통 서비스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모장 계정을 쓰던 청소년들은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을 새로 만들 수 없어 마인크래프트 이용이 어려워졌다.

그러자 이용자 사이에서 셧다운지 폐지 요구가 들끓었다. 이용자 단체인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은 지난 2일 "셧다운제는 실효성 없이 게임산업과 미성년 게이머의 권리를 위축시킨다"라며 "한국 시장을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행정 편의적 규제"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일주일 만에 참여 인원이 9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MS 관계자는 "기존 19세 미만 국내 이용자와 신규 19세 미만 가입자를 위한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올해 말 대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체 뭐가 문제야?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엿새만에 9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셧다운제는 청소년 수면권을 보장하고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실제 지난 2019년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연구결과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 수면시간은 1분30초에 불과했을 정도로 미미했다. 게임과 수면시간 간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려운 데다,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유튜브·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PC 온라인 게임 대체재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문석 한성대 교수는 '2020 게임 이용자 패널 연구'에서 "셧다운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게임군에서도 이용자의 수면시간과 게임이용시간의 의미 있는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모바일 기기가 보급·확산한 상태에서 PC 온라인 게임만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효과성 측면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중독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소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서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 이용 빈도·시간이 증가했지만 과몰입군과 과몰입위험군 비율 증가로 이어지진 않았다"라며 "게임을 더 오래, 자주 한다고 해서 문제적 게임 사용 수준이 꼭 높아지는 건 아닐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게임이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엔 청소년의 게임 조절력·활용력을 높여주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셧다운제, '강제' 말고 '선택'하자


현재 21대 국회에 발의된 셧다운제 폐지법안은 총 4건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낸 반면, 더불어민주당 권인숙·강훈식 의원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이나 부모가 게임 이용시간을 선택하는 '선택적 셧다운제'에 힘을 실었다.

이미 게임산업진흥법 제12조는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이용방법·시간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규정하고 있다. 즉, 강제적으로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할 게 아니라 각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자정까지 공부를 하다가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 금지하고, 하교 후 오후 내내 게임을 하는 건 막지 않는다"라며 "글로벌 이스포츠 경기는 주로 늦은 저녁에 진행되는데, 현행 제도하에선 이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학생도 이들 리그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여가부는 "마인크래프트 논란과 별개로 2014년부터 셧다운제 개선을 계속 검토해왔다"며 "청소년 보호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을 하는 한편,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청소년 보호 주무 부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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