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40분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오아시스 물류센터. 얼마전 예능프로그램에 등장, 왠지 낯설지 않게 여겨지던 이 곳에 들어서자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물류센터 특성상 각각 5℃, -20℃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물류센터 안은 마치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했다. 30℃ 안팎을 넘나드는 바깥 날씨였지만 일정하게 유지되는 물류센터 내부 온도 영향인지 직원들은 모두 '오아시스' 로고가 적힌 외투를 입고 있었다.
이날 물류센터에 들어서며 가장 눈에 띈 것은 직원들이 팔에 찬 스마트폰을 수시로 바라보면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아시스 물류센터에선 스마트폰 활용이 필수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오아시스 루트(ROUTE)' 앱을 통해 모든 시스템이 운영되기 때문이었다.
오아시스 루트는 오아시스마켓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개발한 물류IT 기술로 '물류센터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개발된 소프트웨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지어소프트 직원이 직접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며 "별도로 외주를 맡겨야 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지어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라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된 루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발주·피킹(Picking)·패킹(Packing)·배송 등 모든 절차를 앱 하나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리케이션을 기준으로 동선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상품을 픽업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일반적인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보다도 빠른 포장이 가능하다. 연면적 약 7210㎡(2181평) 규모에 불과한 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가 하루에만 2만개 넘는 주문량을 처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직원이 첫 상품을 담고 15개 바구니 피킹을 완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30여분이 채 되지 않았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직원 한 명당 240여개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직원들이지만 직원들의 표정에 지친 기색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물류센터에서 2년째 일하고 있다는 김모씨(48)는 "일단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 보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일했을 때는 휴게시간이 너무 짧고 엄격했는데 오아시스는 자유롭게 쉴 수 있어 마음도 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오아시스가 이런 복지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도 결국 오아시스 루트에 있었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물류센터가 운영되다 보니 다른 물류센터에 비해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절약된 비용을 인건비에 투자할 수 있었다. 실제 오아시스 물류센터 직원들은 100% 정규직으로 급여도 일반적인 물류센터 직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받고 있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은 한 달에 400여만원을 받아간다고 한다.
포장이 완료된 박스들은 배송을 위해 모두 한곳에 모여졌다. 크기가 다른 박스들이 한곳에 어우러져 있었는데 직원들이 박스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 작업 역시 효율화를 위해 패킹이 끝난 박스를 자동으로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시스템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분류 작업에 들어갔던 비용마저 절약해 흑자 경영 기조를 더 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오아시스마켓은 2015년 193억원에서 지난해 2386억원으로 6년 만에 매출이 12배가 뛰었음에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97억원을 기록하며 새벽배송 업계에선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이러한 오아시스마켓의 흑자 경영의 핵심도 결국 오아시스 루트를 통한 물류센터 운영에 있었다.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사장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물류센터를 통해 흑자 경영을 꾸준하게 이어올 수 있었다"며 "규모가 커지더라도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고객들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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