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대박인 줄 알았는데…"세금 내고 나니 벼락거지 됐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21.07.09 07:33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플랫폼 스타트업을 다니던 이모씨(31)는 지난해 하반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했다가 3개월 동안 월급이 '0원'이 되는 경험을 했다.

모아둔 돈을 주식 행사 자금(1억원)으로 쓰고 나니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낼만한 여력이 없었다.

결국 분할 납부를 택했더니 몇개월 간 월급 전부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했다. 이씨는 "스톡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얻은 현금은 없고 잃기만 한 기분"이라며 "회사 상장할 때까지 벼락거지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고 토로했다.

'벼락부자'의 시대다. 코인·주식·부동산으로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았다는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돈방석의 원천 가운데 스톡옵션도 단골 소재다.

특히 지난해부터 IPO(기업공개) 시장 호황으로 SK바이오팜·하이브·SK바이오사이언스 등 스톡옵션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게 된 임직원들의 소식이 화제가 됐다.

과연 스톡옵션은 '대박'이기만 할까. 막상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니다'라는 말이 상당수다.

세금 부담과 까다로운 행사 조건, 상장 불확실성 등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일부 스톡옵션은 주주들로부터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며 눈총을 받는다.


4년 새 7300억원→1.4조원…부쩍 늘어난 스톡옵션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상장사의 스톡옵션 부여 현황 조사 결과 최근 5년 누적 기준 상장사 임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규모는 6조1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스톡옵션 규모는 2017년 7333억원에서 △2018년 9664억원 △2019년 1조669억원 △2020년 1조4025억원 △올해 상반기 1조9774억원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해 스톡옵션 상반기 스톡옵션 규모가 2017년 연간 규모의 2.7배에 달할 정도로 증가세도 가파르다.

스톡옵션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로, 회사가 임직원에게 부여한다. 기업가치가 오르거나 상장 후 주식값이 오르면 그 차익을 통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주로 당장 현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우수 인재를 채용할 때 인센티브로 활용한다.

하지만 스톡옵션 '대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장모씨(33)는 "비상장회사가 IPO까지 가려면 기간도 오래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성장성이 좋은 네임드 회사에서나 일어날 법할 일이고 스톡옵션을 받는 사람도 일부"라고 말했다.



부러워하는 '대박' 스톡옵션…"세금 내고 나니 월급이 없다"


또 다른 이유로는 높은 세금 부담과 까다로운 행사요건이 꼽힌다.


스톡옵션 행사 시 적용되는 세금의 종류는 4가지다. △근로소득세(또는 기타소득세) △양도소득세(주식 양도 시) △지방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이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재직 중 스톡옵션을 행사한다면 '근로소득', 퇴사 후 행사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가 된다.

근로소득으로 과세된다면 연봉 및 금융소득과 합쳐져 종합소득(최고세율 45%)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기타소득의 세율은 20%지만 연간 300만원이 넘을 경우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따르면 추가 납세해야 한다.

양도소득세는 상장 주식의 경우 대주주가 아니라면 비과세다. 문제는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상당수 스타트업이 비상장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상장까지 기다리면 세금을 아낄 수 있지만 스타트업 특성상 상장 가능성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보통 스타트업 직원들이 상장 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이유는 전세금·병원비 등 생활 자금으로 쓰기 위해서가 많다"며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마냥 상장만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까다로운 행사 요건이나 거액의 행사 자금도 부담 요소다. 스톡옵션은 상법상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해야 이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직을 막기 위해 행사 기간을 보다 길게 설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모씨는 "같은 시점에 같은 수량을 받아도 각 수량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달랐다"며 "누구는 최소 6년은 다녀야 100% 행사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만큼 행사 자금은 본인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 행사 자금에 세금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의류 플랫폼에 근무하는 최모씨(37)는 "피치 못하게 퇴사하게 된 동료가 100% 행사 시기가 되었는데도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보았다"며 "저도 늦게 행사했다가 세금만 1000만원 가까이 더 지불했는데 여유자금이 없어 월급에서 제했더니 몇 달동안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량 매물 쏟아지면…주주들 "주주가치 희석 우려"


주주 입장에서 보면 스톡옵션은 그리 달가운 요소는 아니다. 스톡옵션으로 대량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주주 가치가 희석되는데다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총액 규모가 비교적 작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영향은 커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 코스닥 특례상장 기업 58개 가운데 87.9%가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행사된 스톡옵션 가운데 91.5%는 상장 이후 행사됐다.

금감원은 "(이들 기업은) 당기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스톡옵션행사 규모가 매년 증가해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사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기존 주주 주식가치가 희석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톡옵션이 대량 매물로 출회돼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부분은 기업 펀더멘탈에 따라 장기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정보 접근성이 높고 미래 전망을 할 수 있을 법한 임직원이 스톡옵션 행사 주식을 매각한다면 기업 가치에 대해 재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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