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암 진단해도 의사 필요…빅테크가 넘봐도 은행은 은행"

머니투데이 대담=강기택 금융부장, 정리=양성희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 2021.07.12 05:00

[머투 초대석]권준학 NH농협은행장…농협 창립 60주년 맞아 '사상 최대 실적' 향해 간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ATM(현금자동인출기)이 등장했을 때 텔러가 사라질 거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AI(인공지능)가 암 진단을 한다지만 결국 의사에게 가야 한다.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한다고 해도 전통 금융은 그 자리에 있다. 오히려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무한대로 많아졌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맞서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고객 중심의 디지털 선도 은행'이란 기치를 치켜 들었다. 빅테크가 모방할 수 없는 은행만의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그가 취임한 뒤 농업에 특화한 농협은행만의 색깔을 내고 농협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면서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농협은행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좀 더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빅테크·핀테크 등 외부와 협업으로 메우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농협은행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낼 전망이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취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6개월이 지나가는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빨랐습니다. 농협에서 30년 넘게 일했는데요, 금융 환경의 변화 속도가 지난 30년보다 최근 2~3년이 더 빨랐던 것처럼 말입니다. 예전에는 은행끼리 경쟁했지만 빅테크 등 이종업종과 무한경쟁 구도가 됐습니다. 긴장감을 한 번도 늦출 수 없었습니다.

-상반기 실적은 어땠습니까. 하반기에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요.
▶상반기엔 코로나19(COVID-19) 이전의 평년 실적보다 소폭 상회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반기의 경우 코로나 이전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농협이 창립 60주년을 맞는데 역사상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자 하는 게 목표입니다. 하반기 신용 리스크,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변수가 있지만 만전의 준비를 한 상태입니다. 정책자금 나간 게 100% 손실 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내부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하고 대비책을 마련했습니다.

- 해운, 조선 등의 익스포저를 줄이면서 국제신용등급 전망이 올라갔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과거 취약했던 기업금융을 잘 해 보자고 하다가 판단을 잘못 한 게 있었고 빅배스를 통해 털어 냈습니다. 먼저 여신관리 절차를 개선했습니다. 심의위원회를 거쳐 여신정책을 관리하면서 특정인이나 특정 부서의 판단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프로세스를 바꿨습니다. STX해양조선의 부실로 손실이 발생한 것을 교훈 삼아 기업여신 포트폴리오도 고르게 다졌습니다. 업종별, 규모별 비율이 분산되도록 했습니다. 5월말 기준으로 여신 현황을 보면 부동산업 23.8%, 제조업 21%, 도소매업 16.7%, 기타업종 37.2% 등입니다.

-DSR 규제 등으로 가계대출의 영업환경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처하실건지요.
▶하반기에 중소기업 부문은 지금보다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가계부문 영업이 더 힘들 것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개인 사업자, 중소기업 대출 쪽에서 새로운 상품을 많이 개발해 대응해 왔습니다. 우수한 ESG 기업을 지원하는 'NH농식품그린성장론', 'NH친환경기업우대론' 등 특화한 대출 상품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여신 성장을 달성하면서 사회적 책무도 다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농협은행의 여신 방향성입니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이미 '진 게임'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진 게임'이라기보다는 '불리한 게임'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업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금융은 금융대로 있고 새로운 형태의 금융도 생겨나는 것이죠. 과거 ATM이 나오면 텔러가 없어질 거라 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일부 허용할 당시 은행이 망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였습니다. 시장이 커지고 서비스 질이 높아졌을 뿐입니다. 은행이 빅테크에 플랫폼 면에서는 밀려도 금융 본질을 꿰뚫고 금융 행태학적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차별화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은행들이 빅테크에 맞서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농협은행도 '생활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해 주십시오.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편하게, 많이 방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생활금융 영역에서는 농협만의 특색을 살리려 합니다. 올원뱅크 앱(애플리케이션)에서 꽃을 주문하거나 정기구독하는 서비스, 농협물류와 연계해 택배를 접수·배송하는 서비스, 농작물 재배 게임으로 실제 농산물을 받는 서비스, 농·축산물 공동구매 등을 계획 중입니다. 제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직원들과 수시로 토론하며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이 화훼농가 지원을 몇 차례 했는데 아예 금융 서비스와 결합해보자고 제안하는 식입니다.

-농협은행의 특성상 고객군이 상대적으로 고령층입니다. 이른바 MZ세대를 끌어오는 게 절실해 보입니다.
▶농협은행은 베이비부머(1946~1965년 출생) 고객층이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두텁습니다.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하고 농협은행과 함께할 분들입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의외로 베이비붐 세대와 정서가 비슷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의 성향 등이 겹칩니다. 농협은행의 정서와도 통한다고 봅니다. MZ세대를 염두에 두고 배우 강하늘, 한소희를 모델로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산을 알라'라는 영상광고를 내보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제가 꿈꾸는 농협은행은 '고객 중심의 디지털 선도은행'입니다. 여기서 본질은 진심입니다. 진심은 하트(heart·심장, 마음)로 표현되고요. 36.5도의 체온이 느껴지는 따뜻한 은행의 정서를 MZ세대에 전하고자 합니다.

-시중은행들이 점포와 인력을 계속 줄이고 있는데, 농협은행은 공공금융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상황이 다소 다릅니다. 어떤 방침을 갖고 계신지요.
▶농협은행은 단순히 수익성을 생각해 점포 전략을 펴지 않습니다. 금융 서비스를 못 받는 소외지역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면서도 점포 효율화를 추진하지만 그런 측면으로만 판단하지 않습니다. 인력의 경우 디지털 시대에 꼭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영업 환경에 따라 새로운 업무 영역이 생겨납니다. 디지털 인재, WM(자산관리) 전문가로 양성하며 인력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협동조합에서 출발한 농협은행의 특성상 다른 시중은행과 ESG 경영에서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협동조합은 이윤 추구보다는 사회적 책무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ESG는 농협은행의 DNA입니다. 환경정책은 당연히 농촌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역할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명시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농협은행은 이미 ESG 경영을 실질적으로 잘 해 왔습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 나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더 확대할 계획인 걸로 압니다.
▶협동조합의 성격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이 글로벌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이 그렇습니다. 동남아시장이 블루오션은 아니지만 자본회수율이 높은 편이라 사업 다각화, 네트워크 확장 측면에서 시장 확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베이징, 인도 노이다 등에 지점 개설을 준비 중인데 2025년까지 12개국에 14개 이상의 국외점포를 운영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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