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 사장이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21.07.09 06:00
"회사가 전쟁터라고? 회사 밖은 지옥이다."

10년 전 연재를 시작해 드라마까지 만들어지며 인기를 끌었던 만화 '미생'의 명대사다. 뜬금없이 철 지난 명대사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요새 현장에서 만난 중소 제조업체 사장들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인력규모는 10~50명 남짓, '대표님' 소리를 들으며 남부럽지 않게 사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김 사장'들이다.

이들은 흔히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중소기업 사장들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서민들이다. 이들이 지옥문을 두드리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다. 안정적인 회사에서 권태감을 느껴 때려쳤거나, 사회 첫 발을 내딛은 분야라서, 가업을 이어받은 경우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할 용기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어찌됐건 1970~198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다는 자부심도 있다.

한국 경제의 뿌리라고 인정받던 김 사장들을 만나보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미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고 평가 절하 된지는 오래고 20~30년 넘게 일하면서 잔뼈가 굵은 사장들도 지금이 최악이라고 털어놓는다.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사장인 게 죄인 같다"고 말했다.


최근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대체공휴일 확대 등 노동기준이 강화되면서 김 사장들의 발목을 잡는다. 이들은 "차라리 직원으로 회사를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대출 빚에 짓눌려 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많다. 사업을 하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계설비에 최소 1억~2억원이 들고 해마다 높아지는 품질 기준을 맞추다보면 2~3년 마다 수억원씩 목돈이 든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5월 기준 840조원을 넘어 사상최고치에 이른다.

지옥에서 살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이다.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대출도 받지 않고, 사람도 뽑지 않겠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손해 볼 일도 적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던 김 사장들이 무력감에 빠져있다.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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