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팝콘과 치틀

머니투데이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 2021.07.07 04:15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
오스카 작품상에 빛나는 '기생충', 여우조연상을 품은 '미나리', 두 해 연속으로 세계에 우리를 빛나게 한 가장 한국적인 영화다. 코로나 대유행이 아니었다면 더 큰 상업적 성공도 거뒀을 터다. 영화는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인의 문화다. 필자도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전까지 매주 한두 번 영화를 관람하며 '영화 마니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영화관람을 자제한다.

영화관에서는 띄어 앉기를 하고 취식을 금지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애를 쓰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관 방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은 들지 않는다. 좋은 영화들이 개봉하지만 왜 예전처럼 관람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일까. 영화관을 찾는 이유로는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한 것도 있지만 편안한 의자에 앉아 달콤한 팝콘과 시원한 청량음료를 먹으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이는 많은 관객이 공유한 행복임이 틀림없다. 몇 해 전부터 모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매출에서 티켓 매출보다 식음료 매출이 더 컸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오랜 기간 소비자의 사랑을 받은 '치토스'의 사례도 흥미롭다. 바삭한 식감에 짭조름한 치즈가루가 묻어 있는 '치토스'는 맥주안주로 그만이었다. 치즈가루가 손에 묻는다는 유일한 단점이있었다. 경영진은 더 큰 매출을 기대하며 치즈가루가 손에 묻지 않도록 개선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 결점이 개선됐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뇌과학은 이 이해되지 않는 소비자 행동에 대해 답했다. '치토스' 소비자들은 치즈가루가 묻은 손가락에서 행복을 느끼는 뇌부위가 가장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행복을 느끼는 부분을 없앴으니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손에 묻는 치즈가루를 다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틀'(Cheetle)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연구·개발에서도 가장 으뜸이 되는 기준은 행복이다. 누군가는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했듯 경제발전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이 헌법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62년 12월에 시행된 제6호 개정 헌법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20달러로 아프리카 최빈국 가나보다 낮았다. 사정이 그러했으니 국민의 행복을 높일 최고의 방법은 경제발전이었다. 지난 60년 동안 1인당 국민총소득이 300배 성장하고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행사를 몇 차례나 개최했다. 지난 7월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으로 국민 행복을 증진한다는 환갑이 된 명제는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이제 우리 사회의 행복 총량을 극대화하는 과학기술로 진일보해야 한다.

"우리 팀이 승리하려면 2가지를 잘해야 해. 수비와 공격." 한때 유행한 스포츠 유머다. 진부하지만 지금 과학기술에 꼭 필요한 답이다. 먼저 과학기술은 행복을 침해하는 전염병, 환경파괴, 재난 등을 막아내는 수비수가 돼야 한다. 수비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훌륭한 과학기술 공격수가 필요하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간 융합연구는 필수적인 공격전략이다. 예전 추격형 연구에서는 앞선 국가에서 행복 증진에 유용함이 확인된 기술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선진국 대한민국이 수행해야 할 선도형 연구에서는 인류의 행복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 주제를 찾아야 한다. 사람 본연의 모습과 행복에 대해 연구해온 인문사회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인문사회 날줄에 과학기술 씨줄로 행복한 미래를 엮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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