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맞은' 디디추싱의 오판? "中, 美상장 연기 제안했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1.07.06 10:11

WSJ, 관계자들 인용 보도…"부처별 입장 달랐다"

/사진=블룸버그
중국 승차공유업체 디디글로벌(디디추싱)이 뉴욕증시에 상장하기 몇 주 전 중국 사이버안보 당국이 디디추싱에 기업공개(IPO) 연기를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에 상장 연기와 함께 자체적인 네트워크 보안 검사를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다만 이 신호는 일정하지 않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중국 내 여러 부처로부터 상장에 대한 엇갈린 신호를 받았다고 한다. 일부 금융 당국자들은 디디추싱의 해외 상장을 지지했고, 다른 이들은 민감한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데 방점을 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디디추싱의 결정은 '오판'이 됐다. 업체 측은 IPO를 연기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계획대로 추진했다고 한다.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달러를 조달한 뒤 상장하라는 투자자 측 압력이 거셌기 때문이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44억달러(약 5조원)를 조달했다. 2014년 알리바바 그룹의 IPO 이후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한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로 가장 크다.

그러나 직후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디디추싱에 대한 안보 심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WSJ는 디디추싱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거래가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1일) 하루 전 시작됐다는 점도 짚었다. CAC가 자국의 주요 정치 행사 종료를 기다렸다가 이 직후 디디추싱에 대한 조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CAC는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하루 뒤인 2일 저녁 디디추싱에 대한 안보 조사 실시 방침을 발표했고, 4일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의 앱의 다운을 금지시켰다.


중국 당국의 강한 대응 이유로는 데이터 국외 유출에 대한 우려가 꼽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 기업의 자국 상장 시 더 강화된 정보공개를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데이터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WSJ는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 보호를 중국의 해외 진출 야심보다 우선시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규제 움직임이 중국 기업의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협한다고 해서 중국 당국이 규제를 미루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당국의 디디추싱에 대한 검토 과정이 몇 달 걸릴 수 있으며, 중국 공안을 포함한 여러 정부 부처들이 이 조사에 개입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최근 들어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려를 강조해 왔다. 2019년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술 섹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으며, 이 중에서도 디지털 데이터를 규제의 핵심 영역으로 뒀다.

특히 지난해 11월 마윈이 창립한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이 홍콩과 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했다가, 예정일 수일 전 중국 당국에 의해 저지 당한 뒤 자국 거대 인터넷 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는 부쩍 강화됐다. 시 주석이 직접 규모, 자본과 획득한 데이터 등을 이용해 취해온 반경쟁적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며 테크 기업 때리기에 앞장서자 중국 시장 및 금융감독 당국들이 연달아 규제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물론, 텐센트홀딩스, 바이두 등 대표 인터넷 대기업들이 표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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