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ㅣ우린 단순 소비자 아냐! ②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1.07.06 09:09
사진제공=디어유 버블

양 모씨(20)는 최근 디어유 버블(DearU Bubble)이라는 플랫폼에 빠져있다. 슈퍼주니어의 팬인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해당 앱으로 멤버들과 프라이빗한 대화를 나눈다. 시원에게 오늘 한 일을 공유하고, 은혁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저 일방향적인 메시지만 보내느냐? 아니다. 멤버들도 그의 메시지에 답장을 한다. 양씨는 "1대1 메시지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더욱 유대감이 느껴진다. 가끔 멤버들의 스윗한 답장을 받으면 그날은 계탄 기분으로 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2~3년 전부터 기자들의 메일엔 발송지 불명의 보도자료가 오기 시작했다. 'OOO, 데이트 하고 싶은 남자 연예인 1위로 꼽혀' 등 주로 연예인의 매력과 성과를 담아내고, 때론 아티스트와 팬덤의 선행을 알려주기도 했다. 나름 그럴 듯한 내용은 소속사와 기업에서 보내는 보도자료와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소속사도 몰랐던 내용을 알아내 보도자료로 보내기도 했다. 발신인은 해당 아티스트의 팬들이었다.

엔하이픈, 사진제공=빌리프랩

이는 Z세대가 문화 소비자의 주류로 성장하던 시기에 발생한 하나의 현상이다. 수동적으로 완성돼 있는 문화 콘텐츠를 단순하게 소비만 하는 행위는 이제 한물 간 '덕질'이다. Z세대는 연예인과 보다 친밀한 소통을 원하고, 소속사에 의견을 개진해 활동 방식과 컨셉트, 방향성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Z세대 팬 활동의 핵심은 바로 능동성. 가치소비를 하는 세대인 만큼 고도화된 가치관을 반영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연예인에게조차 이러한 소비 방식을 전이해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모습으로 활동 방향을 이끌려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Z세대의 소비 심리를 반영해 최근 프로슈머(소비자 직간접 참여)가 함께하는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공식 발표했다. SM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다수의 엔터사들도 프로슈머에 관심을 갖고 여러 방향성을 논의 중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 버블(K팝 아티스트와 일대일 메시지로 프라이빗한 채팅을 나눌 수 있는 유료서비스)가 코스닥 상장 추진 단계까지 성장하자, 프로슈머로 자리한 Z세대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는 업계다.

사진제공=디어유 버블

최근 몇년 사이 데뷔한 아이돌만 봐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Mnet '프로듀스 101'로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을 비롯해 주요 기획사가 배출한 스트레이 키즈, 트레저, 엔하이픈 등은 투표를 통해 팬들이 직접 멤버들을 구성하고 독려했다. 연예계 관계자는 "팬 참여로 완성된 그룹들은 신인때부터 팬덤의 충성도가 아예 다르다. 회사 내부에서 멤버를 묶어 팀을 짜던 시대는 지났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도 Z세대가 자발적으로 이들의 음악을 SNS에 전파하는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온라인에 익숙한 Z세대는 영상 제작 및 SNS 활용도가 전문가의 능력치를 웃도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그 과정을 즐기는 Z세대 문화가 팬덤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최근 역주행으로 전성기를 맞은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나 보이그룹 2PM도 소속사의 전략이 아닌 팬들의 자발적 영상 재생산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유인했다.

전문가들은 능동성을 품고 있는 Z세대의 특성이 주도적인 팬덤 문화를 확장해낼 것이라 보고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Z세대들은 주도적으로 크리에이티브(create)를 즐긴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라 불리는 만큼 이를 실현할 기술력도 가지고 있다. 이 세대 특성은 추진력도 좋다. 그러다 보니 이제 관심 분야에 대한 욕구를 전문가적 접근으로 실현 확장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스킬(Digital skill)을 바탕으로 원하는 걸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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