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식당에 가듯 스마트폰으로 QR코드 인증 후 현대차 전시장에 들어섰더니, 영업사원이 말하는 듯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양복을 입은 직원은 온데간데 없고 1m 남짓 앞에서 웬 로봇이 기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인턴 사원이라 소개한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달이(DAL-e)'는 기자의 얼굴을 인식한 뒤 눈을 쳐다보며 "그랜저와 아반떼에 관한 모든 것은 저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말했다.
달이에 가까이 다가서니 이마 부위에 전시차량 스펙, 가격, 정보 등 흔히 매장에가면 안내받을 수 있는 차량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었다. 기자가 터치하거나 말만하면 필요한 정보를 갖다줬다. 완벽하진 않지만 마치 영업사원과 함께 있는 듯했다.
지난 1일 오후 8시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현대차 송파대로 전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평소엔 안내 직원이 상주해 일반 유인 전시장처럼 운영되지만, 늦은 시간인 평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토·일·공휴일엔 오후 6시30분부터 10시까지 사람이 없는 '야간 언택트(비대면)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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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에 최적화된 야간 언택트 전시장..인턴 로봇 '달이'가 고객 응대━
송파대로 전시장을 언택트로 운영한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약 1만9000명이 방문했는데, 이중 약 80%가 언택트 방식으로 매장을 이용했다. 인턴 로봇 사원 '달이'는 올 1월부터 전시장에 채용됐다.
입장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QR코드를 입력한 후 인증번호를 부여받으면 잠긴 문이 열리면서 바로 전시장으로 입장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고객들은 정문에 적혀있는 콜센터 번호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약 10명의 고객들이 차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달이는 언제든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아반떼를 보다가 달이를 불러 '그랜져'가 보고싶다고 하자, 달이는 앞장서 그랜져 전시차로 기자를 안내했다.
중앙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랜져·아반떼 고화질 영상을 상영해주기도 했다. 상세 견적을 받고 싶으면 현대차 '카마스터'와 미팅 예약을 잡아주기도 했다. 특히 달이가 얼굴을 인식해 자신의 스크린을 기자의 시선에 맞게 실시간으로 조정해줘 실제 사람과 눈을 맞춰가며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매우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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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볼 필요없이 車관람 가능..영업직원 대체 로봇 '달이' 한계도 ━
다만 인턴 사원 '달이'가 그의 상사격인 영업사원의 모든 업무를 대체해주지는 못했다. 차량에 대한 1차적인 정보만 제공할 뿐, 고객 상황에 따라 어떤 옵션이 필요하고 어떤 트림의 자동차가 필요한 지 등 일종의 '상담 업무'는 해주질 못했다.
퇴근 길에 전시장을 들렸다고 말한 류모씨(28)는 "사람이 없어 편하게 이 차 저 차를 만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도 "현재 프로모션 상황이나 신차 출시 일정, 차량 추천 등을 받고 싶었는데 로봇에 이런 기능은 없어 아쉽다"고 답했다.
현대차 그룹은 송파대로지점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인공지능과 고객 응대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달이는 향후 전국 주요 영업 거점, 현대모터스튜디오, 직영 서비스센터 등 다양한 서비스 현장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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