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업무중 알게된 번호로 "사랑해"…입주민에게 고백한 50대 관리인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 2021.07.03 05:30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서울의 한 청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성 A씨는 최근 유자차가 들어 있는 의문의 택배를 받았습니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없는 이 택배의 발신인은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 퇴사한 임대주택 관리인 B씨였습니다. 50대인 B씨는 근무 중 알게 된 A씨의 주소와 전화번호로 택배를 보내 마음을 전하려 한 건데요.

A씨가 불쾌함을 표하며 유자차의 반품 신청을 했지만 이 또한 B씨가 취소해버렸습니다. 이에 A씨는 다시 "관심 가지는 것 불쾌하다. 반품 안 하면 형사고소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데요. 이에 B씨는 "딸 같아서 그런 것이니 착각하지 말라"고 답장합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다시 "진실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의 고백을 전하는데요.

B씨가 근무할 당시 A씨는 B씨과 단순한 입주민과 관리인 사이일 뿐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전부 알고 있다는 불안함에 사비로 도어락을 교체했고 공동현관 비밀번호도 바꿀 것을 건의했습니다.

◇사랑은 죄가 아니다?…이럴 땐 죄!

가벼운 생각으로 보낸 문자 한통으로 큰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근무 중 알게 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개인정보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71조)

개인정보처리자의 관리 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을 개인정보취급자라고 부릅니다. 종전에는 현행법의 미비로 사용자가 아닌 직원은 개인정보취급자이기에 업무를 통해 얻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사용해도 처벌이 어려웠는데요. 이는 지난 2019년 판례로 뒤집혔습니다. 본인이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도, 일단 개인정보처리자에게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이라면 개인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는 판결이 나온 겁니다.

관리인 B씨도 관리용역업체에 소속돼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업무 중 알게 된 A씨 주소를 개인적으로 적어두고 택배까지 보낸 행위는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B씨처럼 아파트 관리인이 주민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처벌받은 사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일을 하던 중 손에 넣게 된 주민 2인의 주민등록등본을 변호사에게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주민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목적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관리소장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인정,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명했습니다.


◇낯선 남자의 일방적 구애는 공포…스토킹 처벌하려면

B씨의 접근이 계속된다면 A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고발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원치 않는 구애행위를 법으로 처벌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적용 가능한 법이 경범죄처벌법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유 없이 상대를 지켜보거나 따라다님으로서 불안감을 조성하면 1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했지만 여기엔 몇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행동이 3회 이상이거나 피해자가 명시적인 거절 표현을 했어야만 합니다. 사실상 유효한 형사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스토킹으로 촉발된 강력범죄가 연이어 일어나며 스토킹 자체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 결과 올초 스토킹 관련 법이 발의된 지 무려 22년만에 스토킹처벌법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등을 통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B씨가 행한 택배 보내기나 문자를 통한 고백 등도 스토킹행위에 포함됩니다. 이를 지속·반복적으로 행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나아가 스토킹 범죄 발생 우려가 있거나 긴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 직권으로 스토킹 가해자로 하여금 피해자 거주지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법 시행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다만 스토킹으로 인정되려면 당해 행위가 단발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맹점도 있습니다.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 피해자에게 극심한 공포를 주는 경우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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