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윤 딥서치 대표(사진)의 말이다. 딥서치는 AI를 기반으로 국내 사업자로 등록된 약 300만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검색 엔진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기업정보 검색포털이 업종분류코드에 기반한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딥서치는 키워드 기반의 검색결과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금융회사에서 영업을 위해 내부에 상속 이슈가 있는 기업을 찾고 싶다면 대표이사 나이가 70세 이상이고, 1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으며,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기업을 조건으로 설정하면 된다"며 "영업 담당자가 알음알음 발품을 팔아야만 알 수 있던 기업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AI가 진흙 속 진주같은 기업만 쏙쏙 골라준다"━
딥서치 검색엔진은 금융사의 ETF(상장지수펀드)에서 빛을 발한다. 업종 분류가 아닌 특허 정보나 사업 매출 등의 데이터로 유망 기업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딥서치 검색엔진을 ETF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우리 엔진을 활용한 상품이 전체 ETF 중에서 실적 2위를 달성했다"며 "유망한 산업군과 관련 기업을 저희 엔진이 잘 뽑아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각종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ETF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에서 언급량이 많은 기업들을 골라 투자하는 '버즈(Buzz)ETF' 상품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카드결제 정보든 소셜미디어 데이터든 AI 검색엔진으로 기업관련 정보는 모두 분석할 수 있다"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질 수록 만들 수 있는 ETF 상품도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직장인이면 누구나 찾는, 업무 포털계의 구글이 될 것"━
김 대표는 다만 "AI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가 작성한 리포트가 인간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만큼 깊이가 있을 순 없다"며 "수요는 많았지만 커버하지 못했던 영역을 AI가 거들 뿐"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딥서치를 창업한 건 2013년이다.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하던 중 금융업계엔 빅데이터로 기업정보를 분석하는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술이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꿀 거란 믿음으로 창업한 지 올해로 8년 차가 됐다. 딥서치의 기술력을 알아 본 고객 들도 크게 늘고 있다. AI 엔진 혹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제휴업체만 국내에서 100곳 이상이다. 현재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채비도 갖췄다.
김 대표는 "딥서치를 '기업포털 업계의 구글'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기업정보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직장인들이 찾는 포털사이트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딥서치는 애플과 아마존 등 해외 기업 정보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쉽고 간편하게 데이터를 조사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포털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