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 민정수석 몫인데 인사수석 책임론 왜?…김외숙이니까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1.06.29 05:05

[정치 읽어주는 기자]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2019.5.29/뉴스1
여당도, 야당도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따라 사퇴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인사검증 실패의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김기표 전 비서관은 지난 3월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됐다. 지난 26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91억원의 부동산 재산 중 금융채무가 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같은 '영끌 대출' 의혹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게 '김외숙 책임론'의 핵심이다.

그런데 '인사 검증'을 두고 '청와대 인사수석'의 책임론을 가장 크게 거론하는 것은 아귀가 안 맞는 측면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직자 임명에 있어 인사수석의 역할은 '추천'이고, 민정수석의 역할이 '검증'이기 때문이다. 이 역할은 청와대 내부에서 나름 명확하게 구분된다.

청와대의 인사 프로세스를 간단히 요약하면 △인사수석실에서 인재풀을 마련해 특정한 직책에 '추천'을 하면 △민정수석실에서 고강도의 '검증'을 진행하고 △이후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으로 나서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선정한 다음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거친다.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책임은 민정수석실에 있는 것이다. 김진국 현 민정수석은 지난 3월4일 임명됐다. 김기표 전 비서관의 임명 시점(3월31일)을 고려할 때 검증 과정에 참여했을 수밖에 없다. 비서관급 인사의 경우 총무비서관실이 주도하고, 민정수석실이 검증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생각한다면 인사수석의 책임은 더욱 줄어든다.

그런데도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한 목소리로 '인사수석'에 그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인사 참사가 날 때마다 '조국 민정수석' 이름이 거론되던 것과 차이가 난다.

야권의 '김외숙 책임론'에는 우선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외숙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중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인 김 수석은 '법무법인 부산'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문 대통령의 김 수석에 대한 신임도는 굉장히 높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 문 대통령과 딱 맞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청와대 다주택 참모 이슈로 수석비서관급 인사들이 일괄사표를 낼 때도 "김외숙은 유임될 것"이라는 말들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그리고 실제로 김 수석은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현재 청와대에서 사퇴를 시켰을 때 가장 큰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인물이 김외숙 수석인 셈이다. 실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수석을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함께 "문(文)고리 3인방"이라고 지칭하며 "경질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 비유한 셈이다.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지도부도 '김외숙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주목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 건을 두고 "변명하기 어렵다. 인사수석이 총책임을 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권력을 창출하는 대선 국면을 앞두고 '청와대 인사 참사'나 '부동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백 최고위원은 이재명계로 분류되고 있다.

청와대 인사 문제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 내에 오랫동안 누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정권 초부터 인사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여권 내에서는 "도대체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은 뭘하고 있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왔었다. 그리고 '청와대발 인사 참사'는 정권 내내 해결되지 않았다. 이렇게 쌓인 불만이 정권 말에 가감없이, 그것도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인 김외숙 수석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의 이름이 적힌 법무법인 부산의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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