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中의 애국주의, '중국 토종브랜드'가 잘나간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1.06.29 04:40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국주의 바람을 타고 중국 토종브랜드가 약진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최적화된 공급망도 토종브랜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에 성장을 의지해온 해외 브랜드들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중국 우한에서 중국 공산당 창설 100주년을 기념하는 선전물이 설치되고 있다./사진=AFP
2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2대 이커머스 쇼핑 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중국 토종브랜드의 매출 증가액은 글로벌 브랜드보다 4% 높았다. 토종브랜드 제품 구입자 수도 글로벌 브랜드보다 16% 많았다. 618 쇼핑 축제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닷컴이 알리바바의 광군제(11월 11일)를 본떠 만든 할인 행사로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

중국 토종브랜드의 약진은 지난 수년 동안 점점 또렷해지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월드패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동안 중국 소비재 브랜드의 중국 내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했지만 해외 브랜드는 동기간 6% 감소했다. 지난해 618 쇼핑축제에서 중국 음료회사 위엔치선린(Genki Forest)은 지난해 광군제 기간 동안 코카콜라와 펩시를 추월했고, 지난해 광군제에선 중국 화장품브랜드 퍼펙트다이어리(Perfect Diary)가 메이블린과 에스티로더를 넘어 화장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토종브랜드가 약진하는 배경으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연한 애국주의를 지목한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압박은 중국 소비자들의 정치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이키와 H&M 같은 굴지의 글로벌 의류 브랜드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신장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뒤 중국에서 보이콧에 시달리기도 했다. 중국은 신장에서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은 없다고 주장한다.

오는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설 100주년 기념일을 앞둔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올라섰다는 자긍심도 고취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외 제품이 훨씬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는 오랜 인식도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캐피탈인 차이나그로스캐피탈의 알버스 유 투자매니저는 "해외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고급스러운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면서 우위를 점했지만 이제 중국 소비자들은 중국 스타일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틈을 타 중국 기업들은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강력한 소비력으로 무장한 젊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런치매트릭스에 따르면 중국 소비재 스타트업 지출 중 마케팅 비용은 6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해외 브랜드의 중국 내 마케팅 지출 비중인 15~25%에 비해 훨씬 높다. 마케팅회사 스키니차이나의 마크 태너 이사는 "마케팅은 중국 제품을 쿨해 보이게 만든다"면서 "중국 브랜드들은 지켜내야 하는 오랜 유산이 없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가까운 공급망 구축도 토종브랜드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테크버즈의 뤼마 애널리스트는 "비결은 소량 주문에 있다"면서 "일단 수천개 아이템을 생산한 뒤 어떤 제품이 즉각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해외 브랜드를 선망하던 중국 시장이 토종브랜드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FT는 지적했다. 뒤집어 보면 중국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아온 다국적 기업들로선 큰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한편 로이터는 중국의 토종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예컨대 중국 스포츠브랜드 엑스텝(주식코드번호:1368)과 리닝(2331), 안타(2020)는 올해 나이키 불매운동이 최고조였던 지난 4월 이후 주가가 각각 196%, 60%, 38%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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