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대신 'Toilet'…한국에서 까막눈 된 사람들

머니투데이 임현정 기자 | 2021.06.27 04: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3주 만에 엄마 집에 왔더니 엄마가 핸드워시를 손 소독제라며 손에 발라준다. 핸드워시가 손소독제라는 뜻인 줄 알았대. 정말 한글로 좀 물건 만들어라.

# 몇 주 전 햄버거 가게에 갔는데 화장실에 물비누를 핸드워시로 써놔서 어린이들이 손을 못 씻고 있었다.

최근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영어로 표기된 물건이나 장소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어르신 세대나 어린 아이들은 영어나 영어 발음대로 적힌 한글 표기를 제대로 이해 못해 불편함을 겪는다는 이야기였다. 이들은 설사 영어와 함께 한글이 적혀 있다고 해도 너무 작고 설명이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장 주변을 살펴보면 화장품, 생활용품, 카페 화장실, 가게 간판, 호텔 등 영어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화장실을 통칭하는 Toilet, 손 세정제를 뜻하는 Hand sanitizer 등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쉬운 영어 단어일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은 용변을 보고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세상에서 사는 셈이다.

전문가는 이에 대해 노년층이나 어린 아이들이 주요 고객이 아니라고 판단하기에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년층, 어린이들을 취약 소비자라고 일컫는데 이들도 소비자이긴 하지만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나중에 영어를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불편함은 어르신과 어린이들의 몫만은 아니다. 젊은 세대 역시도 영어가 즐비한 세상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모씨는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모국어가 아니라 영어가 써있으면 두 번 생각해야해서 피로하다"고 했다.

최근 친구와 한 음식점에 다녀왔다는 최모씨는 "메뉴는 물론 음식 재료까지 모두 영어로 써있더라"며 "혹시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잘 모르고 음식을 시켰다가 곤란한 일을 겪진 않을지 걱정되더라"고 했다.

이 교수는 영업장들이 영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최근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잘 가지 못하는데 영어로 써 있는 업장이 인테리어가 좋을 경우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겐 큰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하지만 영어만 쓰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나 공동체 의식이 떨어지는 일"이라며 "개인 사업장이나 사기업에게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영어와 함께 제대로 된 한글 병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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