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나도 모르는 '내 사진'이 SNS에…" 몰카에 우는 여성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 2021.06.26 06:01

[The Weekend]'몰카'-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①

/삽화=뉴스1
"여전히 내 사진이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 있을까 두렵다."

20대 여성 A씨는 몰카(불법촬영)의 피해자다. 가해자는 지난해 2월에 헤어진 남자친구다. 헤어진 일주일 뒤 자신의 신체를 찍은 사진이 SNS에 돌아다닌 다는 사실을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남자친구 함께 여행을 갔을 때 남자친구가 A씨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A씨는 경찰에 바로 신고했고, 남자친구에게 이를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증거를 수집하는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반성하고 있고, 직접 게시물을 지웠다' 등의 이유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몰카가 어딘선가 '나를 찍고 있다'는 공포감을 가진 여성들이 많다. 자신이 모르는 새 촬영 당하고, 공유된 촬영물을 본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입는다. 하지만 신고 단계에서부터 2차 피해가 두려워 망설이거나, 신고를 해도 범행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디지털 성범죄 32%가 '불법촬영'..."신고·적발 외 실제 발생 더 많을 것"


/삽화=김지영 디자인기자

26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0~2019년) 발생한 불법촬영 범죄 건수는 4만7420건으로 조사됐다. 2019년에 발생한 몰카 범죄는 5762건으로 2010년 대비 5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한국여성진흥원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6983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은 불법촬영(2239건)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이어 유포(1586건), 유포불안(105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센터가 지원한 피해자수는 2019년(2087명) 대비 138.3% 증가한 4973명, 삭제 지원은 전년 대비 67% 늘어난 15만876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고·적발 된 것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발생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 화장실에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카메라가 설치된 걸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며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촬영하는 것까지 더하면 건수는 당연히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지난 3월 초부터 한 달 간 카페, 음식점 등에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끼워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실체 일부를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엔 초소형 몰래카메라가 내장된 액자 사진이 담긴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재판까지 가는데 드는 비용·시간에 대한 부담과 2차 피해가 두려워 신고 단계에서부터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서승희 한국성폭력 대응센터 대표는 "불법촬영물 피해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된 분도 있었고, 교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분도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했을 때 주변인들이 알게 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까지 주목…'변형 카메라법' 필요


운전연수 강사 최모씨가 운전석 밑에 설치했던 불법촬영 카메라 /사진=이재희 변호사 제공
지난해 5월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률이 개정된 이후 형량이 대폭 강화되긴 했지만 이전에 벌어진 사건의 경우 기소조차 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한국의 디지털성범죄' 보고서에서 2019년 불법촬영 및 불법촬영물 제작·유포 사건에 대한 불기소 처분율은 43.5%인 반면 같은 기간 살인, 강도 사건의 불기소 처분율은 각각 27.7%, 19.0%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생한 '운전연수 강사 몰카'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 이재희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하는 어려움을 지적한다.


이 변호사는 "대부분 범행자들은 의심한다 싶으면 바로 증거를 지운다"면서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가져가 사진, 영상을 수집했다가는 증거능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구속된 강사 최모씨 역시 범행이 발각될 당시 차량 운전석 밑에 설치했던 카메라를 이미 떼서 숨긴 상태였다.

이에 일각에선 '변형 카메라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범죄에 사용되는 변형카메라의 제조·수입·수출·판매·구매대행 등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고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불법촬영 범죄를 사전에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19~20대 국회에서 4건이나 발의됐지만 검토도 이뤄지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규제를 통한 개인 사생활 보호 측면과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21대 국회에도 '변형 카메라 관리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전문가들 "불법영상 구매사범 처벌 확실해야"


전문가들은 유통망 차단을 포함해 소비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 '구매사범'이 포함됐지만 실제로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하는 사범은 징역 10개월~징역 2년에 처하고 상습범이나 가중처벌 요소가 있으면 최대 징역 6년 9개월까지 선고 가능하다. 성인 불법 촬영물 소지 사범의 경우 징역 6개월~1년이 기본 형량으로 권고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촬영물을 제작 및 유통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소지·시청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확실히 이뤄져야지만 생태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가령 미국은 불법촬영물 광고를 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제작자만큼 엄중하게 처벌 한다"고 말했다.
이어"얼굴이 나오지 않은 촬영물의 경우 감경요소가 되는데, 얼굴이 나오는 경우 되레 가중처벌이 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아직도 물리적 피해를 입어야지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만큼 처벌의 중대성 못지않게 처벌이 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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