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 원칙론, '민심'이 이겼다...화학적 결합은 '과제'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이정혁 기자 | 2021.06.25 14:01

[the300]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5일 경선을 예정대로 치르기 최종 결정한 것에는 원칙 없는 선거를 향한 싸늘한 '민심'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들이 경선 연기를 주장했으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반대하는 국민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남은 과제는 '갈등 봉합'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 의원들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이 '원 팀'의 모습으로 대선 승리에 다가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송영길호 '결단'…'경선 연기' 안한다



송영길 당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2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선 전 180일까지 당 후보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결론냈다. 대선경선기획단(기획단)이 당헌을 토대로 만든 안을 보고 받고 이같이 결정했다. 현재 강훈식 민주당 의원(재선·충남 아산을)이 공동단장으로 기획단을 이끌고 있다.

민주당 당헌 8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29일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규정'의 특별당규를 제정하며 해당 당규 1조에 '당헌 88조에 따라 당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전당대회를 전후에 '시스템 정당'을 만들겠다는 전현직 당 지도부의 의지가 담겼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與 의원 다수는 '연기 하자'…국민들은 '하지마'



이달 22일 당 의원총회에서는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다소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격그룹'으로 꼽히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 의원 상당수는 흥행 등을 이유로 경선을 코로나19(COVID-19) 집단면역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심'은 달랐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이달 19~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8명을 상대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조사한 결과 '9월 선출' 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 5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연기' 하자는 응답은 24.0%에 그쳤다. '잘 모름'은 20.3%였다.

당 지도부가 경선 연기 여부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장기간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높아지는 것에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모 의원은 "당내 자체조사에서도 경선 연기를 반대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 클럽하우스 M라운지에서 열린 '도심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 주제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낙연계·정세균계 반발 조짐…"당 지도부, 독단적 결정"



남은 과제는 '갈등 봉합'이다. 경선 연기가 불발되면서 이낙연계·정세균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낙연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은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고위 의결 후 "이낙연 캠프는 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오늘 당 지도부가 내린 결정은 다수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이고도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켜온 민주주의 전통을 스스로 허무는 나쁜 선례임이 분명하다"며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비대면에 여름철 휴가와 올림픽 경기 등으로 인해 흥행 없는 경선을 결정한 지도부는 향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하지말고 공개로 하자”며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당무위 소집 가능할까…민심 '역풍' 우려도



당무위원회 소집을 위한 집단행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당무위를 열고 다시 한번 경선 연기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에서다.

민주당 당헌 24조에 따르면 당무위는 의장 또는 최고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소집한다. 의장이 소집하지 않을 때에는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중 득표율 순으로 소집한다.

그러나 당 최고위원들이 격론 끝에 경선을 연기하지 않는 것으로 뜻을 모은만큼 당무위 개최에 명분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추격그룹에 속한 대권주자들이 최고위 결정을 반발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토론이 있었지만 최종 결론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연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반대하시던 분들도 결과적으로 다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달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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