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앙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전기공급시스템인 '그리드'를 갖추고 있지 않다.
21세기 전기 인프라 혁명과 그에 따른 기술 및 산업의 지각변동이 나타날 시기다. 20세기 만들어진 현재 그리드는바람과 태양광 같은 가변성 전원이 아닌 석유, 석탄, 플루토늄, 천연가스에 맞춰 건설됐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불안정하며 가변적인 전류를 그리드로 흘려보내 기존 그리드를 잠식하고 파괴한다.
텍사스 정전 사태와 같은 대규모 블랙아웃이 그 예다. 제주도도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과잉 전력을 전력망이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전력망과 차단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전력망의 붕괴를 걱정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2025년이면 제주도가 아닌 내륙에서도 똑 같은 문제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의 거대한 확장은 그리드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가능하다. 열저장, 그린수소,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에너지 저장 기술이 대표적이다. 20세기 그리드에서 재생 에너지 확장에 걸맞는 새로운 그리드를 구성하는 구조적 변화는 제대로만 수행된다면 엄청난 기회를 줄 것이다.
글로벌 기업 구글과 애플은 이미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본사와 데이터 센터를 마이크로그리드로 운용하고 있으며, 애플은 기존 그리드와 단절 돼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조천호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기후 위기 시대에는 화석연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의 미래라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그에 따라 거대한 중앙 집중식 전력 계통은 '작고, 유연하고, 빠르고, 적응력 높고, 지역적인' 새로운 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인 그레천 바크는 인류학자로 독일 훔볼트대학교와 인간·환경시스템변화 통합연구소 초빙교수,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사회 기반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작동을 멈출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리드-기후 위기 시대/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이 온다/그레천 바크 지음 /김선교·전현우·최준영 옮김/동아시아/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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