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 3주 만에 상장 철회···"제 값 평가시 재추진"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황국상 기자 | 2021.06.24 16:10


한화종합화학이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 온 상장 작업을 일단 거둔 것은 현 시점 한화가 생각하는 기업가치와 시장 판단 사이에 괴리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석유화학 회사란 인상이 강한 현시점보다 수소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뒤 상장 재추진을 검토할 전망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이 상장 절차를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현 시점에 상장 추진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 주식 5138억원 어치(533만3773주), 한화솔루션이 4730억원 어치(491만62주)를 각각 삼성물산 및 삼성SDI로부터 사들인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사실상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을 철회한다는 뜻이었다.

한화는 2015년 삼성으로부터 방산, 화학 계열 4개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당시 삼성은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한화 측에 넘기되 삼성물산(20.05%)과 삼성SDI(4.05%)가 보유중이던 지분 총 24.1%는 남겨뒀었다. 한화 측 인수 부담을 덜어주고 양사 협력관계도 이어나갈 수 있는 이점을 고려해서다.

이 지분은 2021년까지(최장 1년 연장 가능)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한화그룹이 일정 금액에 매입하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이 붙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지분 거래 공시가 상장 철회를 뜻하게 됐다.

한화종합화학 측은 "한화는 한화종합화학 상장 절차를 진행하며 동시에 삼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최근까지 병행해왔다"며 "지분 인수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던 점에 비춰보면 당시만 하더라도 상장에 무게 중심을 뒀었고 불과 약 3주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도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한화 측 공시 직전까지 전혀 분위기를 읽지 못했단 의견이 주를 이루는 만큼, 철저히 한화와 삼성 측 내부 판단으로 계획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한화종합화학은 오랜 시간 상장 준비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12월 국내 증권사에 입찰제안 요청서를 보내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고 그동안 상장 TF를 꾸리고 IR 등 상장 관련 인력도 충원했다. 당시 시장에서 한화종합화학 기업가치는 약 3~5조원이 거론됐다.


이번에 삼성으로부터 지분 24.01%를 총 9868억원에 인수하는 것을 단순히 계산하면 전체 기업 가치는 약 4조11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화가 입장을 선회한 가장 큰 이유로 재계는 현재 한화종합화학이 상장시 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란 이유를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이 그룹 내에서 화학계열 지주 성격이 강하다"며 "현재로서 주력사업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뿐이라 할 수 있고 실제 실적 기여분은 한화종합화학이 지분 5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토탈로부터 나오는 연결 실적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화종합화학 연결 매출액은 약 9982억원, 영업이익은 376억원이다. 같은 기간 한화토탈 연결 매출액은 3조4623억원, 영업이익은 1064억원이었다.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수소혼소, 수소유통, 친환경 케미칼 등을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지난 3월 한국서부발전과 손잡고 '수소 혼소 발전 사업협력 MOU'를 체결하고 해당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PSM사와 네덜란드 ATH사 지분 100%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전 제시만 있을 뿐 아직까지 설적이 나오지 않는단 점이 숙제로 지적됐었다.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이 '구주매출'을 위한 상장으로 비춰질 수 있단 점도 한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이후 삼성 측으로부터의 대량 매물 출회 우려도 존재했었다.

황유식 NH투자증권은 한화 측 이번 결정에 대해 "한화 그룹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혼소발전 및 수소충전소 등 수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수소의 성장 가치가 높다는 판단으로 직접 지분 매입으로 거래를 종료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은 수소사업 성장성이 가시화된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이번 상장 작업 중단으로 한화종합화학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한화종합화학이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경우, 오너 일가가 100% 지배하는 에이치솔루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줘 향후 승계 절차에 어떤 식으로든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왔었다.

한화가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한화종합화학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단 의지인 만큼 에이치솔루션에 끼칠 영향까지 논하기엔 이르단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후계구도까지 연결짓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한화가 생각하는 기업가치 향상의 계획과 상장키로 했던 시한 사이의 차이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한화종합화학은 그룹 전체 지배구조에서 아랫 단에 속하는 편"이라며 "그런 한화종합화학 상장이 미뤄졌다고 해서 당장 후계구도에 끼칠 영향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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