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근무 뒷이야기 "소화기는 보물찾기" "휴대폰 압수"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 2021.06.24 14:42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진보당 관계자들 /사진=김지현 기자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 "소화기를 찾는 건 보물찾기 수준이었고, 비상구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쿠팡의 근무환경 실태를 비판했다.

쿠팡 물류센터 현장노동자들과 진보당은 24일 오후 1시30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며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개입이 필요한 때"라고 요구했다.

이날 실태 발언에 참여한 최모씨(21) "고양 1센터, 3센터 등에서 여러 번 근무했지만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단 두 번이었다"며 "그마저 한 번도 인솔자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영상 교육 자료도 없이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야간에 일하던 도중 엘리베이터에 갇힌 적도 있는데, 휴대전화가 없어 누구에게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

화재 사고가 발생했던 덕평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이규랑씨(34)는 "2019~2020년 근무하는 동안 대부분의 업무지시는 어플로 이뤄졌다"며 "속도가 조금만 늦어져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그래도 작업속도가 늦으면 방송으로 언급을 했다"고 했다.

이씨 역시 안전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씨는 "업무지시가 어플로 이뤄지다보니 아파트만한 물류창고에 수많은 근로자들이 있지만 관리자는 매우 적은 편"이라며 "안쪽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층을 빠져 나오기까지도 긴 통로를 걸어 나와야해 이번 사건처럼 화재 등이 날 경우 빠져나올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덕평 물류센터 지하1층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는 원은정씨(29)는 "근무하던 당시 가장 놀랐던 건 관리자가 휴대전화 뒷자리로 사람을 부른 것"이라며 "화재경보기가 오작동 하는 일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한 이유도 안전 때문이 아닌 보안유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진보당은 지난 22일부터 온라인 등을 통해 제보 받은 22명의 근로자들의 제보내용도 공개했다. 제보자들의 대부분은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한 번 정도 받았다고 답했다. 덕평 물류센터에서 분류 및 적재 업무를 했다는 김모씨는 "벨트 위에 손 올리지 말라, 주변 살피고 다니라 식의 안전교육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관리자의 갑질과 휴게시간 부족에 대한 제보들도 있었다. 오산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조모씨는 "마감시간이 닥치면 소리를 치고, 화장실을 갈 때 마다 개인바코드를 찍었다"며 "중간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 눈치껏 화장실 가는 척 하고 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동탄 쿠팡에서 포장, 상차 분류 등을 했다는 이모씨는 "두 달간 난생처음으로 생리가 끊어졌다"며 "일이 끝나고 나면 어깨와 팔근육이 돌덩이처럼 굳어서 회전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시간 내내 잠시라도 앉아 있으면 관리자가 와서 뭐라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한 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해 10월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고(故) 장덕준씨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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