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명동 상권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원종태 에디터 | 2021.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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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은 더 이상 왕년의 화려한 명동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며 명동 상권은 '그로기' 상태다. 지난 20일 오후 을지로입구역 근처 명동3길을 따라 명동역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초입부터 코너 상가 하나가 통째 비어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곳곳의 1층 상가들이 줄줄이 공실이었다. 명동3길에서 명동4길로 이어지는 450m 거리에 1층 빈 상가만 30곳이 넘었다. 사실상 이곳 1층 상가의 절반은 장사를 포기한 채 그대로 방치됐다.

명동 메인 스트림 상권도 공실 역풍이 거셌다. 가로로 롯데백화점 건너편 눈스퀘어에서 시작해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명동8가길 400m, 세로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출발해 명동역 6번 출구로 연결되는 명동8길 600m는 명동의 '십자(+) 상권'으로 명동 중의 명동으로 불렸다. 평당 월 임대료가 1억원을 넘는 상가들이 즐비한 이 곳도 열에 셋은 빈 상가다. 명동8길의 한 화장품 폐업 매장은 '50% 할인'이라고 쓴 수 십 장의 전단지가 아직도 쇼윈도에 가득 했다. 수개월째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전기료 고지서들이 유리문 사이에 어지럽게 꽂혀있기도 했다. 이전 임차인이 치우지 못한 매대들과 각종 광고물에 포장 박스까지 뒤엉켜 불 꺼진 매장 안은 을씨년스러웠다. 아무리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졌다 해도, 대한민국 최고 상권인 명동이 이렇게 '쇠락'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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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종식되면 명동은 다시 살아날까? 코로나만 잡히면 중국 관광객들이 변함없이 이곳을 찾아 구석구석 명동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줄까? 그 정도로 명동의 민낯은 경쟁력이 있을까? 이 질문에 '예' 라고 확답할 사람은 이젠 많지 않다. 명동은 주변에 워낙 많은 호텔들이 포진해 뛰어난 접근성으로 버텼는데 명동 상가의 대규모 공실로 접근성 메리트는 주저앉을 것이라는 지적이 들린다. 그 정도로 공실률은 임계치를 넘고 있다. 어느 관광객들이 공실로 절반이 비어있는 상권을 찾겠는가.

사실 명동의 위기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감지됐다. 2016년 중국향 마케팅 기업인 펑타이가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전후로 한 달동안 한국 지하철 앱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검색한 데이터 80만건을 분석했다. 지하철을 타고 어디를 많이 찾아가는지 따져본 것인데 명동은 간신히 4위에 그쳤다. 중국 관광객들은 명동 대신 홍대입구와 남산타워, 북촌 한옥마을을 더 많이 검색했다. 이화동 벽화마을과 광장시장이 명동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이 조사를 계속했다면 명동은 5위권 한참 밖으로 밀렸을 수 있다. 명동의 위기는 이미 5년 전부터 '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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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기를 두려워만 해선 안된다. 기존 판이 흔들리고 무너져야, 그 자리에 새로운 기회의 씨앗이 심긴다. 그래서 위기가 기회보다 먼저 온다고 했다. 민첩한 혁신을 강조하는 애자일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돌파할 첫 번째 전략으로 '작지만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명동 상권 활성화는 단번에 해결책을 찾으려 해선 안된다. 애당초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작지만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그 질문에 하나씩 답을 찾으며 돌파해 나가야 한다. 상가 공실을 관광객들에게 드러내지 않을 방법은? 명동에 인기 팝업스토어를 끌어올 방법은? 젊은 관광객들을 명동으로 오게 할 5가지 경쟁력은? 이런 질문들이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저서 '통찰의 기술'에서 위기가 오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고 했다. 기회를 제대로 맞으려면 먼저 온 위기부터 잘 넘겨야 한다. 명동의 기회는 현재 위기를 어떻게 점검하고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코로나 시대의 잡동사니들을 대청소하고, 비어있는 상가들을 어떻게 꾸밀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이제 명동의 부활을 차분히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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