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여성들의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1.06.23 14:24
사진출처=SBS '골때녀' 방송화면

여자 방송인들이 두꺼운 화장과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골대와 홈플레이트를 향해 내달린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스포츠 예능이 여성을 통해 재조명되며 방송가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성별불문하고 건강하게 운동하는 자들이 사랑받는 시대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는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 방송 당시 최고 10.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달에 정규 편성된 여자 축구 예능이다. 정규 편성 후 지난 16일 첫 방송된 '골때녀'는 시청률 6.2%를 기록하며 지상파 수요일 예능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동시간대 시청률도 1위. '골때녀'는 총 36명의 선수와 매니저 1명, 감독 6명이 등장한다. 총 6개팀이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는 식. 팀 구성도 개성이 잘 묻어난다. 모델팀, 배우팀, 개그우먼팀 등 방송가 각 분야의 연예인들이 팀을 맺는다.

축구를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진심이다. 파일럿 당시 꼴찌였던 'FC 구척장신'의 팀장 한혜진은 "꼴찌에게 내일은 없다"고 열의를 올리다 그만 연습 도중 발톱이 빠져버렸다. 흉내만 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천수 아내 심하은은 '골때녀' 이후 동네 여자 주민들과 함께 축구단을 만들었다고도 밝힌다. 본 경기에 오르자 선수들은 웃음기 싹 뺀 결의에 찬 얼굴로 잔디 위를 바삐 달렸다. 지켜보는 이마저 땀을 쥐게 만들며 실제 경기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사진출처=MBC '마녀들2' 방송화면

여자 야구 예능인 '마녀들'은 지난해 OTT 웨이브를 통해 선공개된 후 인기에 힘입어 MBC로 역편성 됐다. 3부작으로 편성된 '마녀들' 시즌2는 지난 16일을 끝으로 뜨겁게 안녕했다. 여자 연예인과 여자 사회인 야구선수들이 한팀으로 뭉쳐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담아냈다. '골때녀'와 마찬가지로 '마녀들'도 아이돌, 개그우먼, 치어리더 등 다양한 분야의 방송인들이 출연해 화제성을 견인했고, 실력있는 일반인 야구인의 팀 합류로 전문성을 더했다. 실제 경기에 나선 이들은 사회인 야구 남자선수들을 대상으로 삼진 셧아웃을 시키고, 더블 플레이를 완성하는 등의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하는 E채널 '노는 언니'도 비슷한 결이다. 박세리를 비롯해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 등 각 분야의 스포츠 여제들이 모아 놓고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아낸 예능. 승패만을 가르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들은 은퇴 후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모습을 달리했다. 특히 여러 도전들 속 여성 스포츠인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그 분야를 배우고 경기를 치르는 과정들을 보여주며 다양한 스포츠를 소개하기도 한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이렇듯 현 방송가에는 여성들의 스포츠가 새 판도를 꾸리고 있다. 이는 여성 스포츠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시선 덕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골때녀'와 '마녀들' 모두에서 활약한 한 인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개그우먼 김민경이다. 지난 2008년 KBS 2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김민경은 지난해 웹 예능프로그램 '오늘부터 운동뚱'으로 새 전성기를 맞이했다. 김민경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했는데,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단기간에 모든 스포츠를 흡수했다. 때론 코치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하며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특히 이러한 장면이 '밈'으로 확산되면서 프로그램 화제성에 탄력을 받았고, 쉽게 모든 운동을 섭렵하는 김민경을 통해 운동에 대한 접근을 달리하게 됐다는 팬들이 늘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자 방송가도 빠르게 여자 스포츠를 내세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마녀들' '골때녀' 모두 '오늘부터 운동뚱' 직후 생겨난 프로그램인데다가 김민경을 섭외해 해당 프로그램의 기조를 그대로 옮겨갔다. 물론 건강미가 트렌드가 된 현재 풍토도 이러한 변화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에 불길을 당긴 진짜 이유는 차별을 두지 않은 도전과 성장이라는 서사 때문이다. 과거 매니저 역할에 한정됐던 여성들이 벤치를 벗어난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드라마가 된다. 그렇게 김민경이 새 전성기를 맞이했고, 이제 다음 타자가 기다리고 있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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