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테크노크라트가 쏘아 올린 아폴로11...'어공'에 둘러쌓인 靑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21.06.27 17:12

[대한민국4.0 Ⅲ ]대통령<3>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브래디 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1961년 "10년 내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고 선포하고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소련이 1959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 것에 자극받아 띄운 승부수였다.

당대 전미 최고 과학자를 비롯해 각 분야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는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으로 집결했고 이때 슈퍼컴퓨터와 고어텍스 소재, 터빈 엔진 등 최첨단 미래기술이 탄생했다. 이는 세계정치사에서 오랜 시간 국가적 자원이 투입된 전문가 집단에 힘을 실어주고 결정권을 부여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오준 부산외대 외교전공 교수(국제정치)는 "미국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갈 때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컸다"며 "국가의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에서 '프로페셔널'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靑 참모진 '슬림화'하고 '수석책임제' 등에 권한·책임 부여해야


청와대였으면 어땠을까. 경제정책의 총괄 컨트롤타워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정치인 출신 장관, 청와대 참모 등)에 둘러싸여 주도권 논쟁을 벌인 게 불과 몇 년 전의 모습이다.

대선 때 활동했던 이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벌어진 엇박자다. 이런 상황에서는 매크로(거시) 정책에 전문성보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청와대 참모진을 대폭 슬림화하고 직역별로 전문가를 안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정원관리에 관한 대통령령'을 두고 국정 운영에 따른 특정 분야별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분해 어공 중심의 '청와대 캠프화'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비서실장을 위시한 청와대 특유의 초집권화 시스템에 따른 의사결정의 분권화 부재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청와대 비서진이 내각 위에 군림하면서 대통령 지시를 일방적으로 하달하고 부처를 컨트롤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철 부산대 행정학과(정책이론·인사행정론) 교수는 "그동안 국가적 현안에 관해 필요할 때마다 자문을 받는 특보나 특임장관 등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했다"며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등용해 '수석책임제' 내지 '비서관책임제' 등을 통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공단 민간 채용 靑 확대 의견도..."결국 대통령의 의지 없으면 공염불"


인사혁신처에서 시행 중인 고공단(고위공무원단) 민간인 채용 분야(개방형직위제도)를 청와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시각도 있다. 다만 정부 부처와 다른 특수성을 띠고 있는 만큼 전문성을 비롯한 인사 검증이 관건이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개방형직위제도가 시행된 지 20년 가까이 되면서 부처마다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청와대가 전문성이 확실할 이들에 대해 문을 넓히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열쇠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의 캠프화를 확 바꾸려는 강한 의지가 없는 이상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눈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것은 지도자의 결단"이라면서 "새로운 청와대는 전문가 집단에 정책결정권 등을 나눔하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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