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는데 자리로 가서 일해라"…3년 전 쿠팡 덕평 알바 경고글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 2021.06.22 10:17
2018년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화재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의 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최근 큰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3년 전 덕평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누리꾼이 화재 위험성을 경고한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한 누리꾼은 2018년 2월1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시 설 연휴기간 동안 일일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섰다는 작성자는 3층 입고파트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연기가 유입됐다고 했다. 쿠팡 측에서는 연기에 대한 별다른 안내가 없었으나 작성자는 함께 일하던 작업자들과 바깥으로 대피했다.

작업자들은 이후 담뱃불로 인해 불이 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쿠팡 측에서는 대피한 인원들에게 "일하는 시간에 자리 이탈을 하면 어떡하느냐"며 "어서 자리로 돌아가서 일 시작하라"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전해진다.

작성자는 연기가 가득한 작업장으로 들어갔지만 내부에 가득한 화재 연기로 인해 일을 하기 어려웠고 지하 1층 사무실로 내려가 자초지종을 알렸다. 쿠팡 측 직원들은 더이상 일을 하기 어렵다는 작업자의 주장에 "그럼 조퇴를 하고 집에 가라"는 식의 무책임한 대응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까지도 여전히 소화기를 든 관리자들이 불을 끄고 있었다는 게 작성자의 설명이다. 작성자는 "불이 100% 잡힌 상황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무조건 자리로 이동하라고 하셨던 것"이라며 황당한 심경을 드러냈다.

작성자는 "정말 작고 쉽게 끌 수 있는 불이었지만 물류센터는 박스로 가득한 곳이고 바람 때문에 크게 번질 위험 요소가 많은 곳"이라며 "또 핸드폰을 모두 반납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는 곳"이라며 덕평센터가 화재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화재가 잡혔어도 화재로 인한 연기가 환기될 때까지는 잠시 사람들을 대피하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관리자들의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쿠팡 자체에도 선입견이 생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해봤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누리꾼의 댓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당시 해당 글에는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의 댓글이 달렸다.

이 누리꾼은 "여기 일해본 적 있는데 박스 엄청 많고 불 번지기 딱 좋은 환경이더라"며 "계단도 엄청 좁고 많아서 출퇴근 때도 제대로 나가기 힘든데 불났으면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기가 저렇게 나는데 일산화탄소 같은 가스 중독되면 어쩌려고 대처를 저런 식으로 하느냐"며 "사람 목숨보다 로켓배송이 더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이후 3년 뒤인 지난 17일 오후 5시20~30분쯤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다시 불이 났다. 불은 화재 발생 나흘째인 19일 낮 12시25분 초진에 성공했고, 이어 20일 오후 3시56분을 기해 대응단계를 모두 해제했다.

화재 당시 쿠팡 근로자들은 모두 대피했으나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한 김동식 구조대장이 숨지고, 그와 함께한 팀장 소방관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도 화재를 먼저 목격한 근로자가 쿠팡 측 관리자에게 두 차례나 화재 신고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쿠팡 측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화재를 먼저 목격한 근로자에 따르면 17일 오후 5시10분쯤 연기와 함께 화재경보기가 울렸으나 관리자들은 '오작동'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 글을 쓴지 3년 뒤 정말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직원들 대피시킨 소방대장 본인은 숨졌다" "3년 동안 변한 게 없구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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