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연합' 결별의 교훈… 정책 '공감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21.06.27 17:13

[the300][대한민국4.0 Ⅲ ]대통령<3>

1989년 3월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부터)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연감).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여야 대결구도로 전개됐다. 역대 대통령 모두 야당과 '협치'를 외쳤으나 그 누구도 실천하지 못했다. 협치 문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연립정부'(연정) 구성은 추진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대선 승리를 위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유일한 연정 시도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1997년 11월 3일 DJP 연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15대 대선을 불과 45일 앞둔 시점이었다. 합의문에는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 총재, 초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총재로 한다 △차기 정부의 관료구성 등은 동등하게 균분하고 양당 동수로 공동정부 협의기구를 구성한다 △공동정부 출범과 함께 개헌추진위를 발족하고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개헌안을 발의, 1999년 말까지 개헌을 완료한다 △대통령을 간선으로 선출하고 수상이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순수내각제로 한다. 독일식 불신임제를 채택한다 △내각제 개헌 후 초대 대통령과 수상의 선택은 자민련이 우선권을 갖는다 등 내용이 담겼다.

DJP 연합을 앞세운 김대중 총재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되며 헌정 사상 최초 연정이 구성된다. 두 사람의 약속대로 초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총재가 맡고 경제부처 장관 임명권을 행사했다. 진보와 보수, 호남과 충청의 정치세력이 결합한 역사적인 국민통합 시도로 평가받았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합당까지 추진했으나 의원내각제 개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파국을 맞는다. 김종필 총재는 2000년 2월 24일 김대중 정부 출범 2년 만에 공동여당 완전 포기를 선언한다. 김 총재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완전히 속았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DJP 연합의 해체는 예고된 결별이었다. 정책적 공감대 없이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동행이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오른팔(김종필)과 최대 정적(김대중)이었던 삶의 간극만큼이나 두 사람의 정치 지향점은 크게 달랐다.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과제인 '대북 햇볕정책'조차 자민련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유일한 공동정책으로 내세운 의원내각제 개헌마저 무산됐다. 후보 단일화로 정권을 얻는 데엔 성공했으나 연정은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DJP 연정 결별 사례에서 정책적 동행을 위한 협치 기반 마련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 다름을 인정하고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강력한 의지 없인 정치적 토양이 다른 세력끼리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연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협치 기반 조성을 위해선 권력의 정점에 선 대통령의 실천의지와 제도적 수단 마련이 중요하다. 제왕적 대통령 체제에선 여야 대결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차기 대통령은 협치 문제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비전과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숙제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라며 "20~30년 뒤를 내다보는 정책 구상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 정권의 여야정 협의체는 단기적 현안 논의에 그쳤다는 한계점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토균형 발전과 부동산 정책, 교육과 산업인력 수급 정책 등에 대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2030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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