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쥔 주북 중국대사는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2주년을 기념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북중 친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중국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2019년 6월20일부터 이틀간 김정은 당 총비서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리 대사는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올해 북중 친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초심'은 굳건해졌다면서 "지금 중조(북중)관계는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물이 많아 강폭은 넓어지고 순풍에 배는 돛을 올렸다" 등 우호적인 대북 입장을 전했다.
주북 중국대사가 노동신문에 기고 글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리 대사는 평양 북중 정상회담 1주년인 지난해에는 기고 등 별도의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날은 "대사로 사업한 지난 6년 남짓한 기간 (…) 중조 친선의 역사적 과정을 직접 체험한 데 대하여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일 대북대표 협의회가 이날 한국에서 열리는 등 대북 공조가 긴밀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북중 밀착 행보가 부각돼 주목을 얻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북미 대화 교착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남긴 가운데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온 셈이다.
이날 한미일 대북대표 3자 협의회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정책대표로 임명된 성 김 대표가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한국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일본은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가해 대북 대화 재개 방안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대북정책의 후속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본격 대화에 나서기 전에 중국이라는 '우군'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지난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을 다 준비하겠다면서도 "특히 대결에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당장 대화에 나서기보다는 긴장된 외교를 이어가며 미국의 대응에 따라 셈법을 계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북한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후에도 여전한 미중 갈등과, 한미일의 밀착 속에서 대 한반도 영향력 확보를 위한 북한과의 밀착이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리 대사가 대북 교류와 협력 의지를 확인하면서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 북중 교류 재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리 대사는 이날 중국이 북한과 함께 "당과 국가건설 분야에서의 경험을 교류하고 호상 참고하며 교육, 문화, 보건, 농업, 관광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교류와 청년들 사이의 왕래, 지방들 사이의 협조를 부단히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는데, 최근 북중 교류 재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북중은 신의주와 단둥의 세관을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재정비하고 기존 '조중 우의교'의 규모의 한계를 넘기 위해 건설한 '신압록강 대교'도 올해 안에 개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미 대화 경색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와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통해 경제난을 일부 해소하며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