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갈등만 남은 나주SRF 사태…극단 치닫는 이해당사자들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6.20 09:06

나주시-난방공사, 대화는 없고 사사건건 소송으로 맞서
공기업 노조 '수도권 원복' 주장…에너지공대 착공식에 상여시위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 News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나주 SRF열병합발전소가 완공된 지 3년여 만에 가동에 들어갔지만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날 선 공방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상식이나 원칙, 대화는 사라지고 서로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불거진 SRF 야적장 침출수 문제는 그동안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던 나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 간 추가 소송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난방공사는 장성 SRF야적장 무단침입을 이유로 강인규 나주시장과 해당 공무원 등을 고소키로 했다.

앞서 강인규 시장과 나주시 공무원들이 지난 15일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지도점검을 이유로 장성 야적장을 방문했고, 이에 대해 난방공사는 사업자인 자신들의 동의 없이 진행된 무단침입으로 규정했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관련 자료 확보와 함께 법률적 자문 등을 거쳐 조만간 강 시장을 고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나주시장의 장성야적장 방문은 무단 방문이 아닌 관계법령에 따른 단체장으로서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반박했다.

이미 두 기관 간 줄소송은 계속 이어져 오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11월 나주시는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상대로 '나주 열병합발전소 가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반격에 나선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나주시를 상대로 가동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으로 대응했다.

난방공사는 나주시 외에 강인규 나주시장을 포함한 공무원 8명에게 2018년 3월 4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액의 감정평가가 실시되고 있지만 가동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악의 경우 나주시의 배상액이 수천억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강인규 나주시장이 15일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비성형SRF 보관 장소인 장성군 물류센터터미널을 긴급 방문해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 News1

발전시설이 3년 넘게 가동을 못하면서 SRF연료를 생산하는 청정빛고을의 누적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고, 소송 결과에 따라 난방공사는 원인자인 나주시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관련 소송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어 난방공사가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했던 '나주 SRF열병합발전 사업개시 신고 수리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재판부는 지난 4월 원고인 난방공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에 반발한 나주시는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당시 재판부는 "나주시가 사업개시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성'도 인정되지도 않는다"면서 SRF열병합발전 가동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고형 폐기물 연료'로 불리는 SRF는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가운데 불에 타는 종이나 목재, 비닐류 등 가연성 물질만 걸러내 건조와 성형과정을 거쳐 만든 고효율 고체연료를 말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700억원을 들여 건설한 나주열병합발전소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공공기관과 공동주택에 집단 열원을 공급하는 발전소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하루 466톤의 SRF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설비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 공급 전용인 첨두부하보일러 등 2기로 구성돼 있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보일러는 2015년 12월 준공과 함께 곧바로 가동에 들어갔지만 2017년 9월부터 시험가동을 시작한 SRF열병합발전 설비는 발전연료인 SRF 반입문제와 오염물질 배출 우려 등을 놓고 반발이 커지면서 그해 12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6월1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캠퍼스 착공식 날 행사장인 부영골프장 입구에서 나주 SRF발전소 가동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상여시위'를 벌이고 있다. © News1

난방공사는 지난 4월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지난 5월26일부터 정상가동을 시작했지만 나주시와 지역주민 등은 광주에서 생산한 SRF 연료 반입을 반대한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발전소 가동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주민들이나 공기업 노조의 행태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캠퍼스 착공식 날 행사장인 부영골프장 입구에서 주민들이 '상여시위'를 벌이면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기에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16개 공공기관 가운데 전력계열사를 제외한 13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노동조합 협의회'가 착공식 날 내건 플래카드도 비난을 사고 있다.

노조는 '혁신도시 폐기하고 공공기관을 수도권으로 원복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공기업노조가 상식 밖의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대 목소리 역시 근본적인 문제였던 오염물질 배출 우려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오직 '광주에서 생산한 쓰레기 연료를 왜 나주로 가져와 태우느냐'로 변질된 상황이다.

한 나주시민은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통한 문제해결방안을 찾아가기 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이어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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