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집에서 팬티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마세요" 경비실서 걸려온 전화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 2021.06.19 05:00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혼자 사는 남성 A씨는 요즘 날씨가 부쩍 더워진 탓에 집 안에서 속옷만 입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도 없고 신경쓸 사람이 없으니 최대한 편하게 생활한 건데요. 그런데 얼마 전 경비실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A씨가 집 안에서 속옷만 입고 생활하는 모습을 본 이웃집 여고생이 경비실에 신고를 했다는 겁니다.

A씨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내 집 안에서 팬티만 입었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거냐"고 따져물었지만 경비실 측은 자신들도 신고가 계속돼 어쩔 수 없었다며 난감한 표정만 지을 뿐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노출 항의를 받게 된 A씨,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내 집안 노출'도 공연음란죄 성립?

대체로 자신 소유의 집에서 속옷만 입고 있는 행위에 공연음란죄가 적용되진 않습니다. 형법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집니다. (형법 제245조)

여기서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타인의 집은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탁 트인 공간이라고는 볼 수 없어 일단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아울러 통상 사유지에서는 공연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예외적으로 실내공간이라도 발코니처럼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공연음란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호텔 발코니에 알몸으로 서있다가 공연음란죄를 선고받은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호텔 발코니에 나체 상태로 서 있던 행위는 일반인의 정상적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행위"라며 "피의자가 신체 중요 부분을 가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음을 고려했을 때 타인에게 불쾌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음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공연음란죄가 되려면 다른 이들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해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이른바 '음란한 행위'라는 요건도 충족해야 합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보단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공연음란죄가 부정됩니다.


이번 사연 속 A씨는 알몸 상태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A씨를 관리사무소에 신고한 이웃이 이를 경찰에 알려도 실제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자꾸 우리집 훔쳐보는 옆집

오히려 A씨의 모습을 훔쳐본 이웃집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누리꾼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실 요즘 아파트들이 꽤 밀집된 공간에 지어지다보니 한번쯤은 창문을 통해 건너편 아파트 주민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게 아니라 일부러 다른 사람 집안을 빤히 쳐다본다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텐데요. 이를 범죄로 볼 수도 있을까요?

현행법상 타인의 주거를 엿본 행위만으로는 형사처벌이 불가합니다. 다만 남의 집을 훔쳐보기 위해 망원경 등의 도구를 사용한다면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단순히 쳐다본 것만으로는 어렵지만 더 적극적으로 엿보기 위해 남의 집 창문을 연다거나 아파트 공동현관에 침입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기도 합니다.

A씨를 신고한 이웃집이 증거를 남기겠다며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밖에도 사생활 침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이웃집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생활 침해에 따른 구체적 손해를 원고인 A씨가 증명해야 하기에 소송 자체가 힘든 과정이고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결국 커튼 설치를 통해 각자의 사생활을 직접 가리는 것이 이웃과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한 가장 빠른 조치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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