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용화, 12년 만에 다시 쓴 '인생캐'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1.06.17 11:45
정용화,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만능엔터테이너' 정용화는 지난 2019년 제대했지만 배우로서 복귀작을 만난 건 최근이었다. 그만큼 고민이 깊었던 그는 '알을 깨고 나올' 무언가를 찾아 헤맸고, 마침내 그 바람을 이뤘다. 2017년 JTBC '더패키지' 이후 5년만에 KBS2 '대박부동산' 인범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난 정용화는 확실히 전과는 다른 얼굴의 가지를 보여줬다. 능글맞은 사기꾼에서 우연히 영매가 되며 변해가는 모습 속 감정의 파노라마를 깊이있게 소화했다. 12년 만에 '인생캐'를 다시 썼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밴드 씨엔블루 리더이기도 한 그는, '대박부동산'을 만나고 나서야 다시 한번 제 존재감을 움텄다. 사실 대중이 그를 처음 마주한 건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다. 2009년 SBS '미남이시네요'로 혜성 같이 등장한 그는 눈부신 꽃미모로 '수건남'이라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보여준 작품에서도 정용화는 꽃미모 아이돌의 장점을 잘 부각시킨 멋있는 캐릭터 위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군 제대까지 한 30대의 그에겐 변화가 필요했다. 인범은 그가 평소 해왔던 캐릭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인간 정용화와는 닮은 구석이 많다. 여러 예능에서 보여준 능글맞음, 가수 활동을 통해 보여준 깊은 내면까지. 시청자들이 인범에게 끌린 건 정용화의 인간적인 모습이 겹쳐져서일지도 모르겠다.

마냥 유쾌하면서도 반전 매력에 시청자들이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인범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인범은 밝아보이지만 슬픔이 굉장히 많은 친구이기도 해요. 빙의가 되어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 어두움과 진지함이 나와야 하는데, 좀더 분명한 대비를 위해 평상시 밝은 부분을 확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준비할 때부터 그런 부분을 염두에 뒀던 것 같아요. 대본에 있는 것보다 좀 더 오바해서 표현했어요. 싱크로율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저의 성격을 많이 투영하려고 노력했죠. 실제 성격 자체도 밝은 땐 밝고 진지할 때 진지한 스타일이라 인범에게 접목하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사기꾼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인범은 어떤 결로 표현하고자 했나요?

"사기꾼 연기에 차별화를 두는 것에 대한 시안이 많았어요. 사근 사근한 사기꾼도 있고, 전문적인 사기꾼도 있고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결국 준비한 걸 다 표현해보자 했죠. 처음에 등장했을 때는 어려운 용어를 썼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게 전문가처럼 다가가려고도 했고, 능글맞은 모습도 보여주면서 여러 가지를 표현하려고 했죠."

정용화,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인범을 연기하면서 깨닫게 된 새로운 모습이 있었나요?

"현장에서 '어떻게 이렇게 멀끔하게 생겨서 이렇게 창피해하지 않고 그런 걸 잘하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웃긴 신을 할 때 '철판을 잘 깔고 그런 역할을 잘 한다. 앞으로가 기대가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강)말금 누나는 '이런 건 네가 독보적이다'라는 말까지 해주셔서 '그럼 이 분야를 제가 접수하겠습니다'고 답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는 정말 새로운 발견이죠. 제가 이런 느낌인 줄 몰랐는데 하면서 처음 알았던 거 같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웃기다는 것을요."

시청률 등 성적 부분에선 만족하시는지요?

"엄청 만족하고 있어요. 시청률을 너무 기대하면 늘 만족했던 적이 없었어요. 시청률 때문에 좌지우지하는 분위기가 싫더라고요. 시청률 나오고 나서 다음날 촬영장 분위기가 미묘하게 안 좋았던 경험도 있고요. 그런 걸 떠나서 이번엔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예전엔 일어나자마자 시청률을 확인하곤 했는데 이젠 방송이 어떻게 나올지가 더 궁금해진 것 같아요.

극중 가장 호흡이 많았던 장나라, 강홍석과의 현장은 어땠나요?

"(장)나라 누나의 경우는 진짜 좋은 선배였어요. 연기를 같이 하는 것 자체도 정말 좋았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누나 덕분에 더 크게 표현을 할 수 있었어요.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연기를 했죠. 저보다 선배이지만 후배 말에도 귀기울여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기분 좋게 촬영했어요. (강)홍석 형 같은 경우에도 진짜 좋은 형이고, 연기를 맛깔스러게 잘해요. 덕분에 제 캐릭터도 활기를 얻어 정말 고마웠어요. 같이 촬영할 때마다 웃음꽃이 피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 간의 호흡이 좋다보니까 대본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디어가 추가돼서 촬영했어요. 그렇다보니 촬영할 때마다 기대되고 재밌었어요."

정용화,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전역 후 첫 드라마 현장이었어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다행히 배우로선 현장에서 막내였기 때문에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죠. 아무래도 분위기메이커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뭔가 촬영 후 변화라기보다는 이번에 드라마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고 떠나보내기 힘든 작품인 것 같아요."

전역하고 나서 첫 연기인 만큼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태도는 늘 같았던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러한 마음가짐은 똑같은데 이젠 대하는 방법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20대에는 멋있어 보이고 싶은 시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같은 캐릭터라도 망가짐보단 잘생겨 보이고 싶었어요. 물론 그때도 최선을 다해 연기하긴 했지만요. 그런데 이젠 꼭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졌어요. 이젠 역할로서 오롯이 비춰지는 부분에 대해 중점을 두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시청자들이 봤을 때 성장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어요. 향후 활동에 대한 목표점이 있을까요?

"벌써 34살이 됐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더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아요. 20대엔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누구에게든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요. 잠도 못자고 끼니도 항상 김밥으로 때웠죠. 그래서 30대 때엔 '내 삶을 즐기며 일하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20대에는 즐기질 못했어요. 여행을 많이 못 가봤거든요. 그렇지만 덕분에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해요. 30대도 20대 만큼 알차게 보내는 게 앞으로 제 목표입니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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