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종자산업 국가 신성장 동력산업 '자리매김'

머니투데이 정혁수 기자 | 2021.06.18 04:20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전북김제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수미 재배포장(논) 전경모습.
예전 사람들에게 '한 해 농사는 하늘이 정한다'는 말은 마치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았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하고, 장마가 계속돼 피해가 커지면 그 비를 멈추어 달라고 기청제(祈晴祭)를 모시기도 했다. 외부환경에서 한 해 농사의 성공원인을 찾던 그 믿음은 이제 과학의 발전으로 '품질좋은 종자(種子) 하나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다'는 말로 바뀌었다. 식물에서 나온 씨(씨앗)인 종자가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우는 까닭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종자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종자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삼아 정부차원의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세계 종자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경작면적의 축소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식량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발생했던 각 국의 곡물수출 제한조치는 그 위기감을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17일 농식품부·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에 따르면 종자산업을 둘러싼 식량안보, 기후변화, 글로벌화 등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이를 기반으로 종자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2000년 후반부터 국내종자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이를 위해 밀산업육성·식량자급률 향상 등 정부정책을 구체화하는 한편 생산농가의 수요에 부응하는 종자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벼 외래품종 대체 등 지역특화작물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종자사업 확대를 위한 원종생산단지 구축 등 종자산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수 신품종 종자·종묘생산 및 보급 속도도 빨라졌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역점 관리하는 이들 작물은 종자 16개 작물(89개 품종), 종묘 8개 작물(25개 품종)에 달한다. 벼(특수미·사료용 벼), 맥류(쌀보리·겉보리·밀·청보리·맥주보리·호밀·귀리·트리티케일), 두류(콩·팥·녹두), 고구마, 화훼(백합·국화), 과수(사과·포도·참다래), 약용작물(지황·단삼) 등 이다.

조영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팀장은 "재단에서는 현장 수요는 있지만 정부 또는민간에서 보급하지 않는 우수 신품종 종자·종묘를 주 사업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0년엔 종자 생산 67톤·보급 15톤 밖에 되지 않았지만 2020년엔 생산 2784톤·2260톤을 기록할 만큼 규모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또 종묘 생산과 보급량도 같은 기간 30만주에서 117만주로 약 4배 확대됐다"고 했다.

우수 종자 생산을 위한 보급종 채종단지(총 684ha)도 전국 11곳에 조성, 16개 작물 89개 품종(특수미 39개·맥류 17개·밭작물 33개)을 관리하고 있다. 특수미(265ha)의 경우 전국 4곳(김제·횡성·부안·전주)에서, 맥류(318ha)는 7곳에서(익산·군산·김제·부안·장수·고창·함안)에서, 밭작물(101ha)은 영월·안동 2곳에서 운영중에 있다. 전국 각 포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보관·유통하기 위해 3개 권역(중부권·호남권·영남권)에 종자종합처리센터도 구축했다.

외래품종이 지배하고 있는 벼 품종의 국산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등 중부지역의 경우, 일본 벼 품종이 국내 벼 전국 재배면적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지역은 벼 재배면적중 63%가 일본품종(아까바레, 고시히카리)으로 재배중이다. 또 경기 이천시는 생산되는 쌀의 95%가 외래품종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이를 위해 지자체별 업무협의(경기도·이천시-특수미, 부안군·함평군-백강밀, 완도군-흑보찰 등 유색보리, 보성군-참다래, 고창군-복분자)를 추진하고 농촌진흥청, 각 도 농업기술원 등으로 구성된 '종자생산보급심의위원회'를 통해 생산량과 보급량을 결정하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각 지역에서 생산된 특수미를 권역별 종자종합처리센터에서 정선한 뒤 20kg 포대에 담아 센터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시설은 호남권 종자종합처리센터내 모습.
작년의 경우, 국내 육성 우수 신품종 종자를 2250톤 보급했고, 영양번식작물 우량종묘를 110만주 보급했다. 이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종자·종묘 보급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종자는 145배, 종묘는 3.7배 성장한 수치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경기지역 배 외래품종 대체를 위해 경기도농업기술원에 참드림·정드림 135톤과 이천시에 알찬미·해들 30톤을 각각 보급했다. 보급된 품종을 통해 예상되는 벼 재배면적은 4125ha, 생산량은 2만4750톤으로 추정된다. 쌀 판매단가 8만3000원(40kg, 2020년 12월 기준)을 적용하면 약 514억원의 농가 조수익이 발생한다.

K-품종 보급을 내용으로 하는 종자·종묘 사업이 확대될 수록 국내 작물 자급률과 농가소득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종자를 2020년 2250톤에서 2025년 4080톤으로, 종묘를 2020년 110만주에서 2025년 220만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7년 시작된 국제종자박람회도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초기 12개국 31개 업체에서 바이어 47명이 참가했던 박람회는 지난 해 16개국 40개업체 바이어 75명으로 확대됐고, 수출계약액수도 34억원(2017년)에서 54억원(2020년)으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은 "종자산업은 농산업의 핵심으로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현장 농가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국가개발 우수 신품종(종자)을 널리 보급·확산 함으로써 농가 소득향상은 물론 지역 및 종자산업 발전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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