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4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려 모욕죄로 검찰에 송치된 30대 남성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음을 알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불과 20여일 뒤 한 현역병이 '대통령 욕'을 한 죄로 군사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기사에 악성댓글 두개를 단 것이 걸려 군사재판을 받았다. 이번 정부 들어 현역 군인이 상관(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것은 것이 확인된 첫 사례다.
55만5000명에 달하는 현역 군인 가운데 이 병사가 걸린 이유는 뭘까. 민원이 접수되며 수사가 시작됐다는 게 육군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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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글자 2문장에 유죄 취지 판결━
선고유예란 피고인을 당장 감옥에 보내기보다 2년간 선고를 늦춰 면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비록 경미한 범죄로 간주되긴 하나 유죄임은 인정된 것이다.
피고인은 스마트폰으로 SNS상에서 문 대통령 탄핵을 위한 광화문 집회가 열린다는 기사가 올라온 게시글 밑에 '문XX이 탄핵'이란 댓글을 작성하고 문 대통령이 역학조사에 군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기사 게시글 밑엔 '지(문 대통령)가 X할 것이지 문XX XXX맞네 갈수록'등 댓글을 단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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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민간 '전단지 살포' 청년은 고소 취하…현역병은 군검찰 수사, 왜?━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군사법원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대응한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모병제도 아닌 징병제 국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징집 대상인) 국민이 다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이 인접 상관도 아닌데 사법자제를 했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임 대통령 모욕에 대한 상관모욕죄 적용) 선례도 있는 상황에서 무죄를 내릴 수 없는 재판부의 고민이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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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욕' 전례 살펴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현역병으로 복무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혐오스럽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던 시민도 전역 이후 민간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전례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군인 신분임에도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댓글을 게시해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는 등 문제점을 거론하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작성한 댓글은 그 길이가 짧고 작성 횟수가 2회에 그친 점, 대통령이 상관임을 진지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등 유리한 정상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육군측은 "군 외부로부터 일반 민원 형식의 제보가 군으로 접수돼 군사경찰의 인지에 의해 수사가 진행됐다"며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 여부와 관련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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