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수장, 세계 석학들 앞에서 "준비됐다" 자신감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 2021.06.17 05:53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수장이 전 세계 반도체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코로나19(COVID-19) 이후 새로운 시대의 파운드리 비전을 제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전날 'VLSI 심포지엄'에서 '팬데믹 시대, 새로운 파운드리의 답을 제시하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VLSI(초대규모 집적회로)는 IEDM(국제전자소자회의) 및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ISSCC)와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학회로 꼽힌다.

최 사장은 이날 차세대 트랜지스터 독자 기술인 MBCFET™가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란 기대감을 표했다. MBCFET™은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를 한층 더 발전시킨 기술이다. 기존의 가늘고 긴 와이어 형태의 채널에서 충분한 전류를 얻기 힘든 점을 개선한 것으로, 종이처럼 얇고 긴 모양의 나노시트를 적층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였다. 핀펫 공정과 호환성도 높아 기존 설비와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최 사장은 "핀펫이 모바일 SoC(시스템온칩)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MBCFET™은 고성능·저전력 컴퓨팅, 인공지능(AI), 5G 확산 가속화를 통해 데이터 기반 사회를 열 것으로 기대한다"며 "삼성의 파운드리 비전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공정 및 설계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며 어떤 도전에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임직원이 국내 팹리스 업체 '가온칩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 사용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그러면서 '버추얼 R&D'라는 사업 모델을 제안했다. 설계와 판매를 전문으로하는 팹리스 기업의 주문대로 제품을 생산해주는 것이 기존의 파운드리 모델이었다면, 버추얼 R&D는 제품 디자인부터 테스트·패키징까지 모든 칩 제조 과정에 관여해 고객사를 지원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이 일환으로 삼성은 지난해 6월부터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을 팹리스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 업체인 리스케일이 함께 구축한 플랫폼으로, 자동화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앤시스·멘토·케이던스·시놉시스의 소프트웨어를 공용 클라우드 상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장소 제한 없이 어디서나 즉시 칩 설계를 시작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VLSI 학회는 매해 6월 미국 하와이와 일본 교토에서 번갈아가며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전 세계 산업·학계 전문가, 엔지니어, 과학자 등이 모여 최첨단 반도체 소자 및 회로 기술과 관련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오는 19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최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파운드리사업부장에 취임한 뒤로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수장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3대 반도체 학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것은 2018년 12월 IEDM에서 정은승 전 사장이 발표한 이후 3년만이다.

삼성전자는 VLSI 심포지엄에서 기조 연설 외에도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과 관련된 4편의 주요 논문을 선보인다. △저전압에서 발생하는 셀의 간섭현상을 해결한 '5G 모바일용 5나노 저전력 SRAM 지적재산권(IP)' △기존 5나노 공정 대비 저전압 특성을 극대화한 '초저전력 5나노 공정기술' △저전압에서 빠른 읽기 속도를 구현한 '차량용 28나노 eFlash(내장형 플래시메모리) IP' △세계 최고 eMRAM(내장형 MRAM) 집적도를 구현한 '28나노 비휘발성 램용 eMRAM IP' 등 다양한 응용처별 IP와 공정 기술이 공개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4일 경기도 평택캠퍼스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 관계자들과 제막하고 있다./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최근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올라서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은 지난달 2019년에 수립한 '반도체 비전' 투자 규모에 38조를 추가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평택 3라인을 내년 하반기에 완공해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평택 3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 1월에는 평택 2라인의 파운드리 생산 설비 반입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CPU(중앙처리장치)나 기기제어에 사용하는 로직 칩과 4개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하는 독자 구조의 2.5D 패키지 기술 '아이큐브4'를 개발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을 6개 설치하는 기술도 올해 하반기 중에 개발해 2.5D 패키지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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