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연기론' 갈등 격화…결단의 시간 다가온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 2021.06.17 05:12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앞서 목을 축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논쟁이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헌·당규에 명시된 대선 후보 선출 시점이 다가오는 데에도 당 지도부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후보들은 대체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송영길 체제'가 빠른 결단으로 국민 피로도를 증폭하는 당내 갈등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재명 "묘기로 가짜 약 팔던 시대 있었다"…영호남 교수 160명 "고작 경선 연기인가"


이재명 지사는 이달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6·15 기념 특별좌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원칙론'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아무리 약속을 어기거나 거짓말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이 정치인데 그렇기 때문에 거짓이 횡행하고 원칙을 쉽게 어긴다"며 "그래서 정치에 대한 불신들이 높은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다면 원칙과 약속들은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흥행'을 이유로 경선을 연기하자는 주장도 전면 반박했다. 경선연기론에 대해 이 지사가 이같이 조목조목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혼란이 거듭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정치에서 자꾸 흥행얘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국민의 절절한 삶의 현장과 국민들의 뜻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한때 가짜 약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보이거나 희귀한 동물들로 사람들을 모아 놓은 다음에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품질과 신뢰로 단골을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5선 중진' 조정식 민주당 의원도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섰다. 조 의원은 이 지사를 지원하는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조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선 경선 일정 180일 전'은 이미 전임 지도부에서 오랜 숙의와 당내 총의를 거쳐 당헌당규로 결정된 사항"이라며 "역대 대선을 앞두고 항상 경선 문제로 논란과 갈등을 반복해 이런 일이 없도록 당헌당규에 못박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당헌 8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조 의원은 "원칙을 저버리는 경선연기론은 국민에게 '손바닥 뒤집듯이 원칙을 파기하는 민주당'으로 낙인찍혀 더 큰 불신을 가져올 것이 명확하다"며 "우리당을 바라보는 청년세대도 더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호남 지역의 전현직 교수 160명도 16일 국회에서 경선연기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준석 현상'에 주목하면서 "개혁진보정당이라는 민주당이 보여준 반응은 어떠한가. 고작해야 대선후보 경선 연기 논란이 전부"라며 "당헌에 규정된 9월 경선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저버린 구태의 정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른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경선 일정은 원칙대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호남 지역의 전현직 교수 160명이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연기론'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사진=이원광 기자


이낙연 측 "이대로는 내년 대선 비관적"…정세균 "경선 일정, 조정할 수 있는데"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이 지사를 추격해야 하는 경쟁 그룹에선 경선을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준석 현상'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다. 국민의힘으로부터 변화와 쇄신 이미지를 선점 당했다며 당 후보의 경쟁력 강화와 정권재창출을 위해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낙연계'로 꼽히는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전날 SNS에 "이대로는 내년 대선 결과도 비관적"이라며 "경선 일정을 미루고, 경선방식도 국민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선 일정을 명시한 당헌·당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 의원은 "경선 일정 관련해서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존재한다"며 "경선 일정은 변화된 정치 환경과 선거 승리를 위해 변경이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전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 측 정운현 공보단장은 SNS에 이 지사의 발언을 겨냥해 "대선승리'를 위한 충정을 가짜약 파는 '약장수'라니요"라며 "이 지사는 평소 입이 험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억지논리에 품격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전날 팟캐스트 '새날'에 출연해 "필요하면 (당헌·당규를) 조정할 수 있도록 됐는데 마치 개정을 해서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당헌을 잘 모르는 것"이라며 사실상 경선연기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신복지 서울포럼' 발대식에서 특별강연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당내 갈등 고조…당 지도부 결단 촉구


당내 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면서 당 지지층의 우려도 높아진다.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 불필요한 당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민주당이 대선기획단을 젊은 세대로 꾸리는 방안 등을 고려하면서 예상보다 대선경선기획단 출범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민주당 초선모임인 '더민초'는 전날 여의도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경선연기론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의제 없이 자유롭게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경선 일정을 둘러싼 격한 논쟁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경선 연기 의견과 연기 반대 의견으로 의견이 대립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비대면 온라인방식인 데다 여름 휴가철이라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을 우려했고, 또 당헌을 고치지 않더라도 당무위원회에서 경선 연기를 논의할 수 있으며, 국민의힘보다 두 달여 먼저 경선을 치르는 만큼 전략 노출 공격을 받을 수 있어 불리한 점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선 연기 반대 주장과 관련, "국민들에게 원칙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 국민들이 큰 관심도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콘텐츠만 제대로 있으면 얼마든지 흥행이 가능하다. 또 대권 후보들간의 합의가 중요한데, 합의되지 않은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송갑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현실적으로는 6월 23, 24, 25일 정도가 (예비) 후보 등록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등록 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경선연기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것인데 현실적으로 그것인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다"고 봤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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