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아들 학폭 피해' 언급한 조국…학부모들 "대리 시험과 무슨 상관" 분노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21.06.16 16: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리는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관련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막아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정경심 교수 측은 최근 재판에서 아들의 시험을 대리한 혐의를 반박하기 위해 아들의 2011년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언급했다. 이번 사건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들 부부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 심리로 열린 업무방해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아들이 학폭 피해자였기에 정 교수는 교수를 잠시 그만두고라도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대단히 의기소침하고 젊은 남자 아이가 학폭을 당했을 때, 때려서 아픈 게 아니라 정당하게 맞서지 못했단 열패감이 평생 가기 때문"이라면서 아들 조씨에게 부부의 도움이 왜 필요했는지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학교폭력을 언급한 것은 부부가 조씨의 시험 문제를 대신 풀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조씨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 다닐 때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했고, 부부가 이를 받아 문제를 대신 풀어줬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이 같은 대리시험 의혹에 대해 "스터디원들을 대신해 도와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학폭 후유증으로 교우들과 교류하지 못해 스터디를 같이 할 사람이 없었다"며 "정 교수는 남은 두 번의 시험을 스터디원들을 대신해 잠깐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아들 이야기를 할 때는 그런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며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심경 등을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정 교수는 엄마로서 학폭 피해자인 아들이 가족을 떠나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걱정되고 염려스러웠다"며 "그래서 아들 동선을 꼼꼼히 체크하고 조금만 연락이 안 되도 캠퍼스폴리스에 신고하는 등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유별나게 성적 신경쓰는 엄마가 아니라 학폭 피해를 막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멀리 있는 아들을 이제라도 케어해주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아들의 시험을 도와줬다는 얘기인데, 이를 두고 "학교폭력 피해자는 부모가 대신 시험을 봐도 된다는 말이냐"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학교폭력피해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 특성에 따라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쉽게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도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진짜로 시험을 치지 못할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학교 폭력으로 인해 시험을 못 볼 경우에는 병결 등으로 인정을 해준다"며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대리시험을 친 사례는 20년 동안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의 이종배 대표는 "대리시험은 학교 폭력과 상관없이 명백한 부정행위"라며 "학교폭력 때문에 시험을 못 보면 그런 사유를 학교 측에 말해서 다른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지금의 주장은 학부모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반성과 사과 없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입시 비리를 합리화하고 있다"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2 자녀가 있는 학부모 A씨도 "대체 학교 폭력이랑 대리 시험이 무슨 상관이 있나. 학폭 피해는 마음 아픈 일이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스터디원이 없었으면 부모로서 공부 정도는 도와줄 수 있겠지만 시험은 혼자 치게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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