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례 안 했다"고 병사 징계한 대대장…아버지 불러 "제보말라" 입단속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1.06.16 10:57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사진=뉴스1
육군 대대장이 자신에게 경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부대 병사를 징계위원회에 넘기고 병사의 아버지까지 불러들여 외부에 제보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 모 사단 대대장이 소속 부대 병사 A씨를 를 징계하기 위해 상식 밖의 행동을 한 사실을 제보 받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24일 A씨는 단체 이동 중 대대장 B씨를 만났다. 단체 이동 중에는 가장 계급이 높은 선임만 인사를 하면 되기 때문에 A씨는 따로 경례를 하지 않았다.

B 대대장은 A씨가 '대상관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불러 A씨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A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 위해 소속부대 간부들에게 A씨의 과거의 사소한 잘못들까지 일일이 적어오라고 지시했다.

간부들이 작성한 A씨의 과오는 △소대장과 면담 중 맡은 보직이 힘들다고 고충 토로(간부 협박) △당직 근무 중 30분 간 생활관 취침(근무 태만)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 사용(지시불이행)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상관 모욕) 등이다.

군형법 제2조에서는 '상관'을 두고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64조 제1항에서는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고충 토로는 소대장과 A씨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마쳤음에도 간부 협박을 적용했으며, 점호 이후 공중전화 사용, 근무 중 취침은 이미 상관에게 질책을 받고 마무리 된 사안이었다"면서 "이처럼 과거의 잘못을 끌어 모아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유까지 덧붙여 A씨를 징계하려는 대대장의 행태는 사적 감정에 의한 부당징계 행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군인권센터는 4월26일 대대장이 A씨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대상관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하고자 한다"며 윽박질렀다고 밝혔다.
A씨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하자 대대장은 '일련의 상황을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하면서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A씨의 아버지가 차마 각서를 쓰지 못하고 있자 대대장은 구두로라도 약속할 것을 강요했다.

이후 대대에 징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A씨의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함에 따라 징계 절차는 여단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징계 사유 중 경례 미실시, 상관 협박은 삭제됐다. 여단 징계위원회는 5월25일에 열렸고 A씨는 당직 중 취침,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가 인정돼 군기교육대 5일의 처분을 받았다.

A씨의 형이 국방헬프콜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를 인지한 B 대대장은 소속부대원을 모두 모아놓고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며 A씨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지휘관이 징계권을 남용·악용해 사실상 '원님 재판'이나 다름 없는 무법한 상황을 만드는 행태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대대에 대한 즉각적 수사와 엄중처벌, A씨의 군기교육대 입교 연기와 항고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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