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명산업의 핵심 ‘종자’의 가치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6.15 16:18

옥현충 농업유전자원센터 기획협력팀 농업연구관

옥현충 농업유전자원센터 기획협력팀 농업연구관/뉴스1
(전북=뉴스1) =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쌀 92.1%를 제외하고, 밀 0.7%, 옥수수 3.5%, 대두 26.7%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농산물 수출국에 우리의 생명을 담보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 농업이라 한다면, 농업의 핵심은 종자일 것이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라는 말은 농업의 핵심이 종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최근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종자주권 확보 노력이 ‘총성 없는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치열한 것을 보면 종자의 소중함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종자의 중요성만큼이나 관련산업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종자산업은 2019년 554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8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주요국 거대 기업들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종자 기업의 인수합병이 매우 활발히 진행돼 현재는 미국, 중국, 독일 3개국 기업이 전체 종자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정 국가, 특정 기업으로의 쏠림현상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종자산업을 어떻게 키워왔을까? 좋은 품종의 원천 재료가 되는 유전자원의 다양한 확보가 그 답이다. 우리가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과거부터 선진국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활용해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해 왔다.

제주도가 원산지인 우리나라 토종인 ‘구상나무’가 전 세계인의 크리스마스트리로, 북한산의 ‘털개회나무’는 ‘미스킴라일락’으로 개량되어 세계시장에 선보인 것은 매우 유명한 사례이다.


유전자원이 지닌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세계 각국은 늦게나마 인식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중 하나가 '나고야 의정서'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의 이용에 따라 발생되는 이익의 공정한 공유에 대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으로 2018년 8월에 시행됐다.

참여한 나라들은 생물자원 이용 시 그 자원을 제공하는 나라에 사용하기 전에 승인받아야(PIC, Prior Informed Consent) 하며 이를 이용함에 따라 발생한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을 상호합의조건(MAT, Mutually Agreed Terms)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 즉,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자원을 이용하되, 자원을 제공하는 나라의 이익을 보존하자는 취지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5위의 농업 식물 유전자원 보유국이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농업식물 3083종 26만6649자원(2021년 1월1일 기준)을 보존·관리하고 있다. 국내 수집은 물론, 해외에 유출된 국내 자원을 돌려받고,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외국 자원도 지속해서 도입해온 노력의 결과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보존·관리 중인 유전자원은 무상 분양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해준 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111개나 등록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매년 자원의 활용성과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생명산업의 핵심인 우리의 종자를 지키기 위해 관련 민·관 기관과 협력해 자원을 확보해 나가고, 더불어 정부 부처와 산업계 간 공동으로 자원 활용 전략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자원의 지속적인 확보와 가치 부여는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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