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시대, 전금법 개정으로 금융혁신 포용해야

머니투데이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2021.06.15 15:57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교수/사진=한양대
최근 산업계에서는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이 화제다. 천문학적 규모의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쿠팡과 이종 산업이었던 컨텐츠, 물류, 플랫폼 기업들의 연합, 그리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뛰어든 유통 재벌기업들의 경쟁 등 올 상반기만 해도 흥미진진한 뉴스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폭발적 성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확산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지난 5년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는 간편결제 등 금융 서비스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간편결제 서비스의 일평균 이용건수와 이용금액은 각각 210만건, 645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각각 1454만 8000건, 4492억 3000만원으로 4년만에 7배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통계청이 발표하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64조 9134억원에서 161조 1234억원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서도 엄청난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불과 7년 전에 '천송이 코트'로 화제가 되며 규제개혁의 아이콘이었던 온라인 결제의 불편함을 떠올려본다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간편결제가 온라인 거래와 송금을 목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시작한 서비스인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플랫폼 기반의 금융 혁신 경쟁에서 금융사들이 소외되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 반면 해외에서는 금융사와 플랫폼 기업들이 협업하는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 서비스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아마존은 골드만삭스와 함께 아마존에서 물건을 파는 셀러 대상의 대출상품을 내놓았는데, 코로나19로 미국 전역이 봉쇄조치에 들어갔던 시기여서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Visa)는 여러 핀테크앱과 은행계정을 연결해주는 핀테크 기업 Plaid를 무려 5조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독점법 이슈로 인해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임베디드 금융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과 온라인 쇼핑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출시하여 6개월만에 대출액 500억원을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금융데이터와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존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온라인 쇼핑 판매자들에게 사업운영 자금을 융통해주는 상품이다. 두 달 전에는 KT가 대표적 핀테크 서비스인 뱅크샐러드에 25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들 역시 비금융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과 같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는 다양한 서비스 실험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기존 금융사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국내 규제환경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하고, 막상 협업할 핀테크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애로사항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혁신 금융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를 목표로 하는 전금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황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전금법 개정만으로 금융 혁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진 못하겠으나, 혁신기업들의 규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혁신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존 금융사들의 새로운 협업 시도 역시 많아질 수 있다.

최근 백신 접종율이 높아짐에 따라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와 플랫폼 기업들 모두 코로나 직전에 중국 빅테크 플랫폼들이 명동으로 몰려와 핀테크 서비스를 전개하던 때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에게 한국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사람들의 왕래가 활발해지면 또 다시 문을 두드릴 것이다. 전금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을 보며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혁신을 미룬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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