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사나이"
신세계그룹이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를 활용한 '캐릭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산업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 세대가 캐릭터에 열광하는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면세점, SSG닷컴, 신세계푸드 등은 최근 자체적인 캐릭터를 활용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직접 제작해 사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면세점의 '심삿갖'은 지난 2월 신세계면세점이 자체적으로 만든 가상 캐릭터다. '조선시대 으뜸 거상' 심삿갖이 보물을 실은 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벼락을 맞고 미래로 강제 이동돼 한강변에서 발견됐다는 설정이다. 심삿갖은 이후 신세계면세점 SNS 홍보 담당자로 채용됐고 '심삿갖의 보물지도' 등 신세계면세점이 진행하는 이벤트를 직접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제이릴라'도 화성에서 태어났지만 화성을 탈출해 신세계그룹이 소유한 야구단의 홈구장인 'SSG랜더스필드'에 불시착한 고릴라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연상케 하는 외모로 정 부회장의 '부캐'로도 불린다.
실제 '제이릴라'라는 이름은 정 부회장의 이니셜 'J(제이)'와 '고릴라'를 합해 만들어졌다.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꾸준히 제이릴라를 언급하면서 인지도를 키웠고 SNS 계정 운영 두 달 만에 팔로워가 80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정 부회장과 SNS상에서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재미도 선사하고 있다.
SSG닷컴에서도 지난 3월부터 '오반장'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오반장은 '대한민국 장보기 국민반장'을 의미하는 캐릭터로 '오늘의 반짝 장보기' 코너를 줄인 말이다. 오반장은 이마트 상징인 노란색 얼굴에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는 덩치 큰 개로 가슴에 'SALE' 배지를 달고 있고 팔에는 할인 시작 시각인 '9 AM(오전 9시)'이 써진 완장을 차고 있다.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시작했을 뿐인데도 매월 평균 20% 이상 매출과 방문자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이렇게 캐릭터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이유는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는 MZ 세대가 캐릭터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MZ 세대들은 독특하고 특색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데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스토리텔링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화성에서 온 제이릴라, 조선에서 온 심삿갖 등 스토리를 기반으로 MZ 세대와 함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실제 EBS의 '펭수'와 카카오의 '라이언'은 캐릭터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펭수는 캐릭터가 등장한 지 1년이 채 안 된 지난해 7월 기준 광고 모델, 이미지 사용권 등으로 총 101억3000만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100억원대 매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라이언 역시 출시와 함께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카카오 매출 신장에 톡톡히 공헌한 캐릭터다. 매출에 기여한 바가 카카오 임원들 못지 않아 '라전무(라이언+전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두 캐릭터 역시 고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SNS가 소통을 위한 공간이란 점에서 일반적인 기업 홍보 접근으로는 고객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판단해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시작하게 됐다"며 "고객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결국 스토리텔링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심삿갖'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