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투자와 지식의 착각

머니투데이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상무 | 2021.06.16 04:10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상무 /사진==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언스에 따르면 우리 뇌는 가급적 힘든 일이나 예측불가한 것을 피함으로써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되기 때문에 평상시 익숙하거나 자주 접한 정보에 노출되다 보면 본인이 실제 가진 지식보다 그 일에 전문지식이 있는 것처럼 왜곡시킨다는 것, 지식의 착각에 대한 설명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결국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누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고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 이를 실현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인 것이다. 판단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경험과 지식, 그리고 작은 노력의 차이가 투자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벤처캐피탈은 높은 위험요인을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의 본성을 가지고 있지만 위험성을 판단하거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깜깜이 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최대의 기회요인을 판단하고 위험요소가 될 만한 것들을 예상하거나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나름대로 해당 산업분야의 전문가들이라 마지막 결정의 순간까지도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에 반영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떠한 분야의 전문가 또는 전문이라는 표현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경력이 길거나 남들이 잘 모르는 단어와 표현들을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해서 전문가일 수 있을까. 전문가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해결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비슷한 경험, 비슷한 공부를 했음에도 누구는 진짜 전문가이고 누구는 포장된 전문가일 수 있다. 우리는 보다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찾으려 하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정보에 노출되기도 한다. 잘 모르는 분야라 할지라도 수많은 미디어와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소셜미디어,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가십 수준을 넘어선 정보들에 하루종일 둘러싸여 있다 보면 나보다 이러한 환경에 덜 노출된 사람과 토론이 가능할 정도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정확한 것인지는 잘 모른다. 사실 노력을 기울여 알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기도 하다. 이미 난 정확하고 전문적인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남을 통해 들은 의견은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 의견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투자 영역에서도 이러한 일들은 항상 일어난다. 성숙하지 못한 경험들을 덮을 수 있는 지식의 착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투자를 하는 쪽이나 투자를 받는 쪽 모두에서 비일비재 한 일이다. 투자를 받고 싶어 하는 회사에서도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설명도 잘 못하면서 그 영역의 최고 전문가라고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근거도 없이 성공에 대한 확신만으로 가득 찬 경우가 있다. 지식의 착각이다. 가끔이지만 이러한 상태에서 우연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지식의 착각은 더욱 견고해진다. 투자자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과 예측을 하는 것이고 투자를 받는 쪽도 과정은 동일하다. 양쪽 모두 힘들거나 예측불가한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어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힘들고 예측불가한 일은 발생한다. 지식의 착각이 있는 상태에서는 그러한 상황에 준비돼 있을 리 없다.

어떤 정보가 사실을 말해주는지는 노력을 통해 걸러내야 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본인의 기존 경험과 지식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실망과 갑갑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정보들에 의해 지식의 착각에 빠지는 것을 업데이트됐다고 하기도 그렇다.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얻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투자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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