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이채원의 가치투자 2라운드를 기다리며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21.06.16 04:18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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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증권부 차장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라이프자산운용(옛 다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으로 시장에 돌아왔다. 6개월만의 일이니 복귀보다는 짧은 쉼표를 찍었다는 말이 적절하다. 이 의장은 한국에 '가치투자'라는 카테고리를 정립한 인물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존경하는 투자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8년 말 국내최초의 가치투자 전용펀드인 '동원밸류 이채원펀드'를 결성해 삼성전자, SK텔레콤, 롯데칠성, 유한양행 등 저PER(주가수익비율),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투자해 1년도 안되는 기간에 130%에 육박하는 당대 최고의 수익률 펀드에 올랐다. 빈약했던 거래대금, 낮은 주가수준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1999~2000년 IT버블을 타고 기술주와 바이오주 폭등이 시작됐을 때 고객들은 종목을 바꾸라고 성화였으나, 그는 오히려 가치주 투자비중을 늘렸다. 2000년 3월 2834.40을 기록한 코스닥지수는 버블이 꺼지면서 연말 525.80으로 폭락했다.

이채원의 혜안이 빛을 발한 게 이때였다. 가치주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반등정도가 아니라 진짜 슈퍼 사이클이 나왔다. 고객원성을 들으며 사들였던 롯데칠성 주가는 1999년초 저점 4500원에서 반등을 시작해 2002년 8만6000원, 2007년 16만6000원, 2015년 27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16년만에 61배 이상 올라 삼성전자도 체쳤다.

이 의장이 전성기를 맞은 게 이 즈음이다. 이후에도 이 의장이 이끄는 펀드는 수익을 냈으나 코스피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마이너스가 나오기도 했다. 속 타는 고객들 못지 않게 본인도 힘들었던 시기다. 그럼에도 이 의장은 비판보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 평판에 흠이 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기준에 대한 공감대와 실패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펀드설정 당시 고객들에게 '금리의 2배(대략 10%) 수익률과 위기에도 손실보지 않는 투자'을 제시했는데 중반까지는 이를 초과달성해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펀드 정체성이었다.

전직 자산운용사 임원은 "시류처럼 성장주를 따라갔다면 수익률은 쉽게 방어했겠지만, 그러면 가치주 펀드자체가 없어졌을 것"이라며 "최근 펀드를 보면 초기방향과 다르게 나중에는 중구난방 운영되는 것이 많은데 이채원 고유의 색채를 지켰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그런 이 의장도 사석에선 수익률 때문에 성장주 투자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아쉬운 점은 후반기에 빠진 '가치의 늪'이 생각보다 길었다는 점이다. 가치주가 '영원한 다크호스'로 머물기만 하고 주가는 오르지 못하는 현상인데 최근 성장주 열풍이 불면서 기간이 늘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떠나자 가치주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단 떠났어야 했나보다.

이 의장은 라이프자산운용에서 투자 밑그림과 인재양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기반의 행동주의도 생각하는 듯 하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흡한 ESG 의식이 한국 가치주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 실패요인이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채원의 가치투자 2라운드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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