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대장정 나선 韓기업들 "R&D·세제 지원 절실" 호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1.06.20 12:30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상)-③

편집자주 |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의 긴 항해를 시작했다. 기존의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강자인 대한민국에 탄소중립은 생존의 필수요건이자 새로운 기회의 장이다. 2050년 탄소 발생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준비 상황, 풀어야할 과제 등을 점검한다.

대한민국 산업계가 탈탄소의 거대 물결에 뛰어들고 있다. 동종 업계간 유관 산학연 위원회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물론 대장정을 위한 이종 업계 협업도 활발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에 걸맞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 해소 등이 뒷받침돼야 한단 제언이 뒤따른다.



철강 '수소환원제철'·정유화학 '탄소포집활용' 등…대과제 향해 '매진'


정부가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내놓은 뒤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는 철강, 석유화학 등 다탄소 업종의 저탄소 업종으로의 전환 촉진책이다. 연료와 원료, 공정, 제품, 소비에 이르기까지 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는 강도높은 주문을 내놨다.

당장 눈길이 쏠린 것은 철강업계 대응이었다. 국내외에서 철강업종은 대표적 다탄소 업종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철강업계는 한 해 동안 온실가스를 1억1700만톤 배출한 탄소 최다 배출 업종으로 꼽혔다.

철강기업이 탄소를 다량 배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제조공정에 있다. 철광석에서 철을 얻으려면 환원제가 필요한데 환원제로 일산화탄소가 쓰인다. '고로'라 불리는 거대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고온에서 녹이면 철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공정상 철 1톤 생산에 이산화탄소 약 2톤이 만들어지는 걸로 알려져 있다.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200~300년간 통용된 방법을 단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지만 철강업계는 시대적 과업에 공감해 지난 2월 산학연 협의체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철강업계는 단기적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원료 대체, 철스크랩 재활용 증대 등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과 공정 효율화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수소사회 대응을 위한 수소 저장 및 이송용 강재 개발 등 혁신기술 개발에 매진키로 했다.

지난 2월 석유화학업계 역시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를 조성해 탈탄소를 위한 민관 소통 강화의지를 보였다.

석유화학업계는 기존 나프타 이외 수소, 탄소,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폐플라스틱 등을 석유화학 원료 및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가령 SK는 올해 안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실제 공정에 투입, 사용 가능성 등을 시험할 계획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다음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정유업계도 '정유업계 탄소중립 협의회'를 구성해 산학연이 전략 논의중이다. 정유업계는 그동안에도 벙커C유 등 고탄소 연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저탄소 연료로의 전환 등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노력해왔다.

향후 추가적 탄소저감을 위해 블루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 개발 및 적용,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블루수소란 화석연료로 수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회수·활용해 만든다.

시멘트 업계도 원료인 석회석에서 기인한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대표 업종 중 하나다. 이현준 시멘트협회 회장은 "탄소중립은 그간의 건설경기 위축,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대체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저탄소 원료 활용 및 공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업계가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탈탄소 기술 개발 위해 정부 지원 수반돼야…대중 인식 전환도 필요"


(서울=뉴스1)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 논의 후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수소기업협의체는 CEO 협의체 형태로 운영되며 정기 총회 및 포럼 개최를 통해 국내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유도하고 수소산업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소사회 구현 및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기여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제공) 2021.6.10/뉴스1
산업계는 개별 민간 기업들만의 힘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데 입을 모은다. 업종별로 각종 위원회를 앞다퉈 만들고 머리를 맞댄 이유다.

예를 들어 철강업계는 저탄소 업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환원제'로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가 필수라고 본다. 이 기술은 부산물로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나온다. 단, 전세계적으로 해당 기술을 상용화한 곳은 아직 없으며 업계는 빨라야 2040년쯤에 기술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

수소환원제출 기술이 도입되면 거대 용광로(고로)는 사라질 만큼의 대변화가 생긴다. 그만큼 구현이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이밖에 100% 신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 기술이나 제조 공정상 배출이 불가피한 이산화탄소 처리를 위한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의 상용화 모두 탄소중립 사회 구현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탈탄소 기술 발전을 위한 정부로부터의 연구개발(R&D) 지원이 절실하다"며 "새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경제성을 갖출 때까지 세제 지원 혜택이 수반돼야 한단 것도 업계 바람"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R&D 지원을 위해 구상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민간에 더 귀기울여야 한단 제언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탄소중립 위한 R&D 지원 예산을 산정할 때 공청회를 여는데 그 단계는 이미 거의 모든 것이 확정된 단계라 너무 늦다"며 "그 이전 단계에서부터 기업들의 실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 업계간 협업과 이 과정에서의 정부 조율도 더 활발이 일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례로 탄소중립 실현을 관통하는 방안 중 하나는 수소인데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이용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기업들이 얼키고 설켜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나 연료로 수소가 다량으로 쓰이게 될텐데 저렴하고도 손쉽게 가져오는 게 숙제가 될 것이고 이는 한 기업이나 업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외 기업 중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를 전력원으로 쓴 제품을 구입하겠단 의사를 전해오는 곳도 있는데 민간에서 전력을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큰 틀에서의 규제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 제도적으로 손을 볼 곳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단 뜻이다.

한편 일반인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제품을 내놓을 때 '쓰레기로 만든 제품이 왜 이리 비싸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현재로서는 폐플라스틱을 씻고 그것을 다시 분쇄해 기존 제품과 비슷한 성질의 것을 만들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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